박항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항명파동은 11일 대한축구협회 상임이사회가 경질 대신 엄중경고 조치를 결정, 감독 잔류쪽으로 일단락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그러나 "성명을 발표하지 말라는 협회의 요청을 뿌리치고 항명한 감독은 기강확립 차원에서 그냥 놔둘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아 언제든 갈등 재연의 소지를 안고있다. 박항서 감독(사진)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경질설을 흘린 협회 관계자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결코 경솔한 행동이라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하는 등 소신을 분명히 했다. 축구인들도 정당한 자기 주장을 표시한 게 왜 항명이냐며 "감독에게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흔들어 대는 물의를 일으키고도 권위에 대한 도전 운운하는 협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대표팀 감독과 협회 관계자들의 갈등은 협회가 감독을 대등한 계약 당사자로 인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협회는 7일 남북통일축구경기에서 거스 히딩크 PSV 아인트호벤 감독을 한국팀 벤치에 앉혀 박 감독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뒤에도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는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예 "11월 열릴 브라질과의 A매치 때도 히딩크를 벤치에 앉힐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는 등 박 감독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항명 파동 이후에는 "자기 생각만 하고 조직에 해를 끼칠 만큼 원래 감독의 자질이 없는 인물이며 정직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몰아붙였다.
협회의 대표팀 감독 무시하기는 박항서 감독 선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광우 사무총장은 선임 전날인 지난달 5일 "히딩크가 2004년 감독으로 복귀하며 그 이전에 선임되는 감독은 사실상 수석코치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혀 혼선을 빚게 했다. 또 선임 한달이 지나도록 임기와 계약 조건 등에 대해 "박 감독은 성인대표팀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 대우를 요구하면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박 감독에게 돌렸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감독 임면에 관한 고유권한을 지닌 기술위원회보다 협회 관계자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하고 있다"며 "연봉 등 기본적인 계약조건을 매듭짓지 못한 채 무보수로 일해 온 감독을 경질하겠다는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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