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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총리서리 임명 의미/청문회 의식 경륜인사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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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총리서리 임명 의미/청문회 의식 경륜인사 선택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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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0일 김석수(金碩洙)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총리 서리에 임명한 것은 임기 말의 한계와 청문회의 벽을 의식한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장상(張裳), 장대환(張大煥) 전 서리의 임명 때 각각 '여성 재상', '젊은 재상'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면, 이번에는 무난한 인물을 택하는 안정성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총리 인선을 통해 어떤 의지를 담으려 한 시도가 벽에 부딪히면서 우선적인 인선 기준을 청문회 통과에 맞춘 것이다. 무려 48명을 검증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에서도 청와대가 두 차례의 총리 낙마를 얼마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였는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세 번째 인선마저 실패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절박함 속에서 김 총리 서리는 나름대로 적절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청문회나 여론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김 서리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일단 청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그가 선거관리위원장 시절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서 대선 국면이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성도 충족하고 있다. 또한 경남 하동 출신이어서 한나라당이 지역적 측면에서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고려도 인선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 서리가 최선의 카드라고 할 수는 없다. 판사 대법관 선관위원장 등의 경력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법조계의 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임기 말 탈없이 내각을 이끌면 된다는 소극적 관점에서는 적합할 수 있으나,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 미완의 개혁 과제들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적극적 측면에서는 그의 정치력이나 추진력이 검증된 바 없다. 이 정부가 택하고 있는 대북 노선, 중산층·서민정책에 동의하는지 조차 확실치 않다.

김 서리가 총리 부재로 초래된 국정공백을 메우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초점을 맞춘 차선의 선택으로 여겨지는 것이 여기서도 확인되고 있다. 임기 말의 복잡한 대선국면에서 김 서리가 최선의 재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앞으로 그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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