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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경유車 정책 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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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경유車 정책 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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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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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합의해 만든 '경유차 협약'이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위법' 해석을 받는 등 경유차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환경부와 산자부 등 부처 이기주의와 현대자동차 등 거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출발이 개운치 않았다

환경부는 2000년 10월 경유승용차에 대한 미세먼지와 산화질소물 등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유럽 등 선진국의 어떤 경유차량도 달성하지 못하는 '황당한 기준'이었으나, 여기에는 현대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기업의 이해관계가 담겨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국 경유차 수입을 막기위해 기업 측에서 요구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출퇴근용으로 바뀌는 RV(레저용 차량)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8인승 이하 등의 RV는 2002년 7월부터 다목적 자동차에서 승용차로 차종을 변경,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하는 또하나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부메랑 된 시행규칙

그러나 올 들어 자동차 회사의 사정은 달라졌다. 당장 하반기부터 승용차로 차종이 바뀌는 싼타페(현대), 트라제·카렌스(기아) 등이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해 단종될 위기에 처한 것. 더욱이 싼타페, 카렌스는 가격 인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LPG RV를 대신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돼 있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를 볼모로 삼은 자동차 회사들은 '설마 단종시키겠느냐. 그때가면 방법이 있겠지'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아의 경우 카렌스의 단종이 2년 전 예고됐지만 버젓이 신차를 출시했으며 고객에게는 이 사실을 감췄다.

배출가스 기준 마련 등에서 자동차 회사와 '협력'했던 환경부 역시 해당 업체와 자동차 산업을 대변한 산자부의 거센 압력에 직면하는 등 새 법규 시행은 큰 부담이었다.

▼발목 잡은 산자부

환경부는 5월 자동차 회사는 물론 경유승용차 반대 운동을 펼치던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를 포함시켜 경유차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익'차원에서 경유차 문제를 재검토하자는 취지였지만, 환경부 스스로 새 법 규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셈.

환경운동연합은 "2000년 경유차를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해 관련 법까지 바꿨던 환경부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공대위에 불참했다.

반면 환경부 사안 임에도 불구 뒤늦게 공대위 참가를 자청한 산자부는 "시민단체가 정부 정책 수립에 개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시민단체 배제를 주장하는 등 공대위 내부에 파문을 일으켰다.

공대위는 논란 끝에 지난달 19일 싼타페와 카렌스디젤을 계속 생산하는 대신 갤로퍼와 스포티지 등 다른 경유자동차를 단종시키는 등 배출가스 대체 감축 약속을 받고 '경유차 협약서'에 합의했다. 즉시 시행규칙이 다시 고쳐져 싼타페 등의 생산은 합법화됐으며, 대체 감축 의무 이행 등은 협약서를 통해 감시하기로 했다.

▼기업은 잃은 게 없다

여기에 규제개혁위원회가 "협약서 내용이 규제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시정권고 조치를 내려 기업들에게 더욱 유리한 상황이 됐다. 대체 감축 의무와 미이행시 인증 취소 등 기업에 대한 환경부의 규제는 협약서가 아니라 법규를 통해야 한다는 게 규제위의 설명이었지만 현대 등 자동차 회사들은 법규 개정으로 싼타페 등을 구한 데 이어 갤로퍼와 스포티지 등 다른 경유 차량까지 삭감 없이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공대위 시민단체는 "기업 사정을 고려해 예정된 법규까지 없애는데 동의했는데도 불구, 규제위가 형식논리에 매몰돼 대기오염을 저감시키려는 사회 주체들의 논의를 방해하고 있다"며 "협약서의 실효가 없다면 공대위 합의로 개정된 싼타페의 구제 법규 역시 즉시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환경부는 규제위에 재심을 요청하거나, 관련 법 개정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어서 경유차 정책을 둘러싼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간의 갈등과 혼란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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