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가 발생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연기에 휩싸인 채 연달아 붕괴되던 그 충격적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시민이 아닐지라도 세계가 혼돈 속에 빠지는 대재앙을 걱정했을 정도니, 자국의 심장부를 강타당한 미국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독특한 애국심을 발휘해 대참사를 수습했다. 국제사회는 이념과 문명의 경계를 초월해 미국에 동조와 위로를 했고, 야만적인 테러에 분개했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지원과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부시정부가 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균열을 보였다. 미국의 대테러 작전이 일방적인데다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상식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축출을 전제로 미국이 전쟁을 서두르는 것이 좋은 본보기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방과 국제사회를 너무 미국적 이해관계의 잣대로 몰아붙이고 있다.
후세인 축출을 위한 전쟁은 국제적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 그 전제는 핵사찰 거부와 방해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 "후세인은 위험하다. 그러나 핵사찰집행과 그 후속조치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야 하며, 미국의 일방적 군사활동은 모험이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견해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지도력이 불신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대로 국제사회를 요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예만 봐도 요하네스버그 세계정상회의에 불참하고 여러 가지로 훼방을 놓았다. 그리고는 유엔을 무시한 채 후세인 축출 전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국제적 신뢰 속에 힘을 행사할 때라야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부시정부는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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