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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생활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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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개봉 후 5주 연속 흥행성적 1위를 달린 공상과학 영화다. 2050년대 미국의 워싱턴을 무대로 한 이 영화에는 돌연변이 태생의 세 명의 예지자들이 미래의 살인을 예고하고, 그 내용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은 살인 직전에 그곳에 미리 가 있다가 살인을 방지한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이른바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이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영화의 볼거리는 이 시스템의 책임자인 경찰반장이 미래의 살인자로 예고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뿐만이 아니다. 건물 주변을 종횡으로 달리는 자기부상 자동차, 공중부양 제트조끼, 말하는 광고와 3차원 디스켓, 제압용 구토봉 등 미래 사회를 그럴듯하게 그려내고 있는 스펙터클한 영상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살인이라는 가장 '은밀한' 행위마저도 감시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미래사회를 생각하면, 영화관을 나오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

■ 조지 오웰이 정치소설 '1984년'에서 국가권력의 전체주의적 지배와 감시의 상징으로 '빅 브러더'를 창조한 이후, '사생활과 감시'라는 화두는 오랜 기간 변주를 거듭해 왔다. 오웰이 소설을 쓴 1948년 무렵, 개인에 대한 감시는 주로 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담당했다. 그러나 정보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감시체제가 속속 등장했다. 국가는 물론 민간기업 심지어 금융기관마저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개인의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 웨어(Spy Ware)마저 생겨났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나 MP3 파일, 화면보호기 등에 숨어 있는 스파이 웨어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 주소(IP), 방문한 홈페이지 리스트, 클릭한 광고용 배너의 내용까지 정보가 새 나간다. 컴퓨터 사용자도 모른 채 보안이 요구되는 개인 정보가 어딘가로 흘러나간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개인의 일상이 컴퓨터의 데이터 베이스화해 낱낱이 노출되고 있는 오늘날, 어쩌면 컴퓨터 자체가 빅 브러더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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