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요."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2,800여 생명이 아비규환 속에 거대한 건물의 잔해에 파묻혔던 지난해 9월 11일, 모든 이들이 예외없이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했던 말은 "사랑한다"는 한마디였다.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CNN 방송은 9일 당시 희생자와 가족 간의 눈물겨운 마지막 대화를 수집해 특집으로 내보냈다. CNN은 "만일 당신이 죽기 직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단 한번 밖에 가질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걸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잠든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녹음
세계무역센터(WTC) 한쪽 타워에 갇혀 있던 국제무역 컨설턴트 멜리사 해링튼 휴즈(당시 31세)는 첫번째 충돌이 있은 지 9분 뒤인 오전 8시 55분에 매사추세츠 집에 있는 아버지 밥 해링튼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까지 영문을 모르고 있던 아버지는 정신없이 떠드는 딸의 말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침착하라"며 딸을 진정시키던 아버지가 잠시후 텔레비전을 켜고 화염에 휩싸인 건물을 봤을 때 그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할 수 있던 말은 여전히 "침착하라"는 말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12분 후인 9시 7분 멜리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 숀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다. "숀, 나예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뉴욕의 이 빌딩에 갇혀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여긴 연기로 가득해요. 난 다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딸을 통해 전한 사랑
WTC북쪽 건물 꼭대기층에 있던 식당 '세계의 창'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모이시스 리바스(당시 29세)는 비행기 충돌 직후, 집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아내 엘리자베스를 찾았던 그는 마침 자리를 비운 아내 대신 전화를 받은 의붓딸 린다에게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뒤늦게 딸에게 전해들은 남편의 마지막 말은 "아빠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엄마를 사랑한다"였다. 남편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연기로 숨이 막혀가는 상황에서도 그는 나에게 전화를 하려고 노력했으며 내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메일
인터넷을 통해 남겨진 메시지도 있다. 빌 켈리(당시 30세)는 평소 업무에 사용하던 삐삐를 이용해 동생들에게 마지막 이메일을 보냈다.
"지금 우리는 106층에 갇혀 있어. 하지만 곧 소방대가 올 거야"가 전부인 오빠의 메시지를 여동생 콜린은 그날부터 영구보존하고 있다. "난 정말 그 메시지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혀 있어요. 오빠가 얘기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라고 흐느낀 그녀는 "그는 영예롭고 용감하게 죽었고, 많은 사랑과 신의를 가진 채 떠났다"며 오빠를 그렸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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