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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제 개편안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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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제 개편안의 한계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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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세법개정안은 자산소득의 부부합산과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과 부동산시장 종합대책으로 두 차례나 수정 보완되는 바람에 세법개정의 일관성이 훼손되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온 첫 번째 개정안이 세금감면제도를 축소하고 근로자 소득공제를 추가로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선심성 세제개편이 아니라는 칭찬을 들었는데,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근로소득 특별공제를 확대한 것이 그렇다.엄밀히 말하면 자산소득의 부부합산과세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소동을 일으킬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 판결은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을 부부합산해서 과세하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지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에 대해 종합 과세하는 것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그 판결을 존중한다하더라도 소득세 과세에서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 4,000만원을 절반으로 나누어 개인당 2,000만원으로 하면 된다.

금리 하락으로 예전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늘어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는 재경부의 우려는 타당성이 없고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시행할 경우 돈이 부동산으로 빠져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3차에 걸쳐 이뤄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중산·서민층을 지원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세수를 증대하자는 것이다. 세수 증대를 위해선 비과세 금융상품의 폐지와 임시투자세액공제 축소를 비롯한 불요불급한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변칙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과세강화조치를 취하였다. 중산·서민층 지원을 위해선 1차 개편안에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상환액의 소득공제 확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기한 연장 및 소득공제대상 확대, 직불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조정 등이 포함되었고, 3차 개편안에 근로자 특별공제가 추가되었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적용대상 업종의 확대와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등이 주어졌다.

이러한 세제개편의 결과 세수는 상당 수준 늘어날 것이다. 우선 각종 세금감면 축소로 약 8,3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될 것이다. 반면 중산·서민층 지원과 근로자 특별공제 확대로 약 2,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다. 또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의 폐지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유지에 따라 세수 손실이 있는 반면에, 상속·증여세의 강화로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 근로자의 세부담은 각종 비과세 감면 축소로 1,700억원 정도 늘어나지만 특별공제 확대 등으로 전반적으로는 줄어 들 것이다.

2차 개편의 핵심은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세제 강화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 몇 년간 정부가 고의로 부동산투기를 방조하기 위해 도입했던 부동산 경기 부양세제의 철회라고 할 수 있다. 분양권 전매 금지, 양도세 비과세 규정 강화,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투기 억제책으로 당분간 부동산투기 열풍은 어느 정도 둔화하고 세수도 증대되리라 예상되지만 교육문제와 만성적 초과수요와 같은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중산·서민층을 지원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불요불급한 세금감면을 축소하여 세수를 증대하려는 목표를 갖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근로자 특별공제의 확대,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의 폐지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의 현행 유지 등을 포함한 2차례에 걸친 수정·보완은 세법 개정의 일관성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적자재정 해소와 공평과세에 대한 정부의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근로자의 세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가 이뤄지지 않아 근로자와 자영업자간의 과세 불공평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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