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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아이들은 한국전쟁때 내모습" 현지 의료활동 다녀온 이건오 한동大부속 선린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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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아이들은 한국전쟁때 내모습" 현지 의료활동 다녀온 이건오 한동大부속 선린병원장

입력
200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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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40∼50도가 넘는 땡볕을 박 넝쿨 그늘로 견디며 수업을 받고 있고, 60세 노인은 깔개도 없이 맨땅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21명의 의료진을 이끌고 아프간 북부지역 대도시 쿤두즈를 방문하고 온 이건오(李健吾·59) 한동대 부속 선린병원 원장은 20년 동안 계속되어온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보고"어떤 명목으로든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파헤쳐진 도로 사이로 학교는 사라졌고, 시체 수만큼 꽂힌 무덤 없는 깃발만 즐비했다. 마실 물은 없고 콜레라, 장티푸스 등 전염병과 영양실조, 일사병이 만연했다. 이 원장은 "아이들의 표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나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밀가루 한 포대 보다 급한 것은 재활에의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도시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이어서 우물을 파고, 화장실과 도로부터 지어야 한다. 국제기아대책기구는 쿤두즈 내 난민촌에 20개 교실 규모의 학교 6곳을 지을 예정이다.

이 원장이 쿤두즈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서안복음병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북부동맹 국경수비대장 압둘라우프 이브라히미 4성장군을 한달간 치료한 인연 때문. 장군의 의료진 지원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방문에서 그는 장군의 형인 쿤두즈 주지사와 북부군총사령관의 방한 의사도 접했다. "한결 같이 월드컵 이야기를 하더군요.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변모한 한국의 모습에 놀란 것 같았어요."

지난 20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소외된 곳을 찾아 다니며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이 원장은 76년 대학생 의료선교부 '아가페'를 창설했고, 90년 파키스탄에 '선한 마리아병원'을 건립했다. 97년 성산 장기려 선생을 기리는 장기려기념사업회를 설립, 영등포 쪽방에 무료진료소를 개설하고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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