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09·11/1년] <9·끝>/아프간戰 어디까지 왔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09·11/1년] <9·끝>/아프간戰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2.09.11 00:00
0 0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개전 한 달여 만에 알 카에다 비호 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켜 일방적 승리를 거둔 듯 하지만 7,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은 아직도 아프간 땅을 떠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얼굴을 상대로 험준한 산악과 동굴 속을 뒤지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물론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절반 이상이 '아프간 전쟁=빈 라덴 체포' 로 믿고 있는 미국민들의 여론대로라면 아프간전 성적표는 성공하지 못한 전쟁이다. 아프간을 떠나 세계각지로 흩어진 테러 점조직들은 아프간전이 낳은, 미국이 앞으로 떠안고 상대해야 할 더 벅찬 상대들이다.≫■알 카에다 "세포 분열"… 테러전 미궁속으로

▼왜 이기지 못한 전쟁인가?

지난해 10월 7일 미군과 영국군 주도로 시작된 '21세기 첫 전쟁' 과 더불어 미국 본토는 사실상의 군 총동원체제에 들어갔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미국이 국내외에서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에 쏟아부은 전비는 370억 달러. 앞으로 10년간 대 테러작전에 투입될 비용은 국민총생산(GNP)의 2% 수준인 연 4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임박해 있는 이라크전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수부대와 함께 아프간전을 이끌었던 중앙정보국(CIA)의 테러담당국 인력은 1,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전쟁 초기 국제연대도 화려했다. 20개국이 1만 6,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한 국가는 69개국에 달했다.

그럼에도 아프간전에 대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기지 못한 전쟁' 이다. 2,000∼3,000명으로 추정된 알 카에다 핵심조직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지만 반면 아프간을 떠난 세포조직들은 60여개 국 이상으로 퍼져나가 전선은 전 세계로 확장된 형국이다.

미국 내에서 테러 혐의로 체포된 인원이 1,200여 명, 전 세계적으로는 90개국에서 2,400여 명에 이르지만 9·11 테러를 지휘한 '고위층' 알 카에다 조직원 중 당국에 적발된 사례는 요원 모집, 해외작전 등 작전참모역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부 주바이다가 사실상 처음이다. 알 카에다 2인자로 빈 라덴의 주치의인 이집트 출신 아이만 알―자와흐리, 9·11 자금책 무스타파 아마드 아딘 알―후사위, 빈 라덴 재정담당 수석보좌관인 사우디 출신 샤이크 사이드, 안보담당 수석보좌관인 이집트 출신 사이프 알―아딜 등 빈 라덴의 오른팔들은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 동부 토라 보라 동굴지대, 남쪽 파키스탄 국경근처 등에서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잔존세력과 미군과의 충돌은 아프간이 언제든 테러 전쟁터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테러전문가 매그누스 랜스토프는 알 카에다를 '머리가 아홉개 달린 뱀' 으로 지칭하면서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른 머리가 자라난다" 며 끈질긴 생명력을 경고했다.

▼전쟁은 아프간에 무엇을 남겼나

전쟁 발발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2일 붕괴된 탈레반 자리에 하미드 카르자이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카르자이 정권은 표면적으로 아프간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로 탄생했다. 그러나 2월 압둘 라흐만 항공관광장관 암살을 시작으로 하지 압둘 카디르 부통령 암살, 지난달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잘랄라바드 비정부기구(NGO) 건물 폭탄테러, 5일 카불과 칸다하르에서 잇따라 발생한 차량폭탄테러와 카르자이 암살기도 총격전 등은 아프간 정정이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카르자이의 취약한 정치기반, 복잡한 인종으로 황금분할된 군벌들의 입김은 정치 지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나라를 사분오열시킬 수 있는 지뢰밭으로 남아 있다. 파슈툰족인 카르자이 대통령과 타지크족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모하마드 카심 파힘 국방장관 간의 권력투쟁은 이 같은 알력이 표면화한 한 사례일 뿐이다.

5월 영국의 아랍계 신문을 통해 미국의 파멸과 괴뢰정권의 배반을 경고한 오마르의 발언은 아프간 전쟁의 역풍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민간인에 오폭… 反美 역풍

대테러전을 명분으로 지난 1년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군사활동은 반미감정이라는 심각한 역풍을 불렀다. 탈레반 정권의 압제에서 벗어난 아프간 국민들은 개전 초기 미국을 '해방자'로 여기며 환호했다.

반미정서를 결정적으로 폭발시킨 계기는 미 전투기들의 오폭이었다. 7월 1일 우루즈간주 카카라크 마을의 한 결혼식장에 미군 전투기가 오폭을 가해 110여 명이 사상하는 등 대테러전 기간 동안 공식 확인된 오폭 사례만도 10여 건을 넘어섰다. 절대 다수가 민간인인 오폭의 피해자 규모는 집계된 것만 4,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폭탄 세례로 부모형제를 잃은 아프간 국민들을 더욱 분노시킨 것은 미군의 소극적인 후속 대응이었다. 사실상 대량학살로 의심받고 있는 지난해 12월 마자르 이 샤리프 지역의 교도소내 탈레반 포로 폭동진압을 비롯해 작전 중 일어난 많은 비극에 대해 미군측은 "우리는 책임이 없다", "작전상 불가피 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카불 시민들조차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80년대 소련과 싸운 것처럼 필요하다면 미국과도 싸울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5일 발생한 카불 시내 대규모 폭탄 테러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의 배경에도 친미 정권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아프간의 현실에서 보듯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하더라도 이라크와 주변 국가들에 많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빈 라덴 "미스터리" 사망·생존 說만 무성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미국이 그의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들을 총동원하고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간간이 사망설과 생존설이 반복해서 흘러나왔을 뿐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말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9·11은 축복받은 테러"라고 주장한 이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빈 라덴에 대해 사망설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그가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알 카에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5일 "빈 라덴이 파키스탄과 인접한 아프간 산악 지역에 은신 중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 등도 "빈라덴이 2인자인 아이만 자와히리 등 지도부와 함께 소규모로 움직이며 전 세계로 거점을 확산한 알 카에다를 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은 빈 라덴의 체포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빈 라덴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알 카에다를 이끌며 테러를 전개할 제2의 빈 라덴이 10여명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일 알 카에다의 재정 구조가 여전히 건재하며 9·11 이후 5,000만 달러의 자금이 알 카에다에 유입됐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스위스 법무부와 독일 프랑스 등의 금융 당국들도 4일 "빈라덴이 9·11 테러 이전에 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는 귀금속 등으로 바꿔 자금압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미군의 대규모 아프간 공습 때 빠져나가 이란 이라크 레바논 필리핀 등에 거점을 확보한 알 카에다 대원 1,000여 명이 지역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합류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징후도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