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앞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강제사찰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굳힌 뒤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선(先) 사찰, 후(後) 공격' 방안에 대해서는 군사행동에 반대하던 국가들도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 테러전쟁의 확전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미국 언론들은 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12일 유엔총회에서 매우 중요한 연설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먼저 전면 제거해야 한다고 천명함으로써 무장해제와 전쟁 중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고위관리도 "부시대통령은 후세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사공격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유럽과 아랍 등 각국 지도자들과 연쇄적으로 전화접촉을 갖고 미국측 방안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다. 그가 이날 하루 전화 회담을 가진 인사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 의장인 덴마크 안데르 포그 라스무센 총리,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왕세자, 나토의 조지 로빈슨 사무총장과 이라크 인접국인 터키의 정계 지도자들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해 유엔의 전면사찰을 받아들이도록 3주간의 시한을 주고 이를 거부할 경우 군사행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그동안 대 이라크 군사행동을 정면으로 반대하던 프랑스의 입장이 미국측 방안과 이처럼 근접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유엔무기사찰을 일단 추진키로 한 것은 지난주말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가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더 타임스 등은 "부시대통령뿐 아니라 블레어 총리도 유엔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무기 사찰단을 받아들일 4∼6주의 최종 시한을 제시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자진해체하는 데 6개월의 추가 시간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MSNBC 방송은 외교전문가들을 인용, "유럽등 각국이 미국 단독의 전쟁에 반대했던 것이지 후세인을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공세가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제공격을 내심 옹호했던 부시 대통령이 유엔을 통한 압박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국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8일 "미국의 전략수정은 파월국무부 장관을 축으로 한 온건파와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 간의 전술적 타협안"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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