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시집 보내는 심정입니다. 그래도 제가 모은 와전(瓦塼·기와와 벽돌)들이 있어도 될 자리, 있어야 할 자리로 가는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법무부 법무실장 유창종(柳昌宗·57) 검사장이 25년 동안 수집해 온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와전 1,840점을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기증 물량은 단일 종류의 유물로는 중앙박물관 사상 최대. 한국 와전 1,100여 점을 비롯해 중국 와전 670점, 일본 와전 60점, 동아시아 와전 10점 등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와전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검사장은 '기와 검사'로 불릴 정도로 검찰 내에서도 유명한 문화재 애호가. 1978년 충주지청 검사로 부임했을 때 향토사학자들과 어울리면서 와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79년 의정부지청에 근무할 때 '중원 고구려비'를 발견, 다음해 이 비가 국보205호로 지정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유 검사장은 "어느날부터인가 와전 수집이 개인적으로 누리고 즐기던 수준을 넘어섰다"고 회고했다. 적금을 털고 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와전을 구입하기도 했다. "87년 일본의 와전 수집가인 이우치씨가 한국 와전을 기증해 만들어진 중앙박물관의 '이우치 기증 와전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유 검사장은 "새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세계 최고 수준의 와전전시실이 설치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충남 당진 출생인 유 검사장은 72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지검 강력부장, 성남지청장, 서울지검 북부지청장, 대검 강력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달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박물관은 기증자의 정신을 기려 12월 '유창종 기와와전 특별전'(가칭)을 개최하는 한편, 새 용산박물관에는 '유창종실'(가칭)을 설치해 그의 기증 유물을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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