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의 시연장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베니스 영화제는 올해 새로운 결심 하나를 했다. 할리우드적 시각에서 벗어나 유럽권에서 '쟁점'이 될 만한 영화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당당한 '유럽 중심'의 영화제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 59회 베니스 영화제는 경쟁부문인 '베네치아59'에 진출, 뜨거운 종교적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막달레나 시스터즈'(The Magdalene Sisters)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줌으로써 이런 주장을 증명했다. 1998년 51회 칸 영화제에서 '내 이름은 조'(감독 켄 로치)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국 피터 뮬란이 감독을 맡은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60년대 아일랜드의 수녀원 부설 세탁소에서 일하는 3명의 여성을 통해 갱생을 빌미로 민중을 수탈하는 수녀들의 폭압을 고발한 영화. 영화가 공개되자 4일 바티칸 교황청은 유감을 표하는 비난 성명을 내는 등 유럽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가십이 많은 영화를 꺼리는 분위기와는 달리 베니스는 이 영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올해 레드 카펫 행사를 없애며 쇼 대신 진지한 영화제를 표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른 영화제와는 차별되는 영화제를 꾸려가겠다는 것.
2등상격인 심사위원대상은 '마리아스 러버'를 연출한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바보들의 집'(Dom Durakov)으로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정신병자와 체첸군의 소동을 그렸다.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수상한 감독상은 3등상에 해당한다. 파멸로 치닫는 중산층 주부 불안한 내면을 그린 '천국에서 먼'(Far From Heaven)에서의 좋은 연기를 보인 줄리앤 무어는 여우 주연상, '사랑으로 불리는 여행'(The Journey Called Love)의 이탈리아 배우 스테파노 아코르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의 이변은 시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일본 기타노 다케시의 '인형들'(Dolls)이 수상하지 못한 것. 관계자들은 배우 출신의 피터 뮬란, 한국의 이창동 등 보다 '신선한 피'를 수혈함으로써 영화제의 참신성을 유지하려는 집행부의 고심으로 이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신예 감독 경쟁 부문인 업스트림의 최고상인 산마르코상은 대만 티안 주앙주앙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일본 츠카모토 신야의 '6월의 뱀'이 차지했고, 한국 영화 '화장실, 어디에요?'(감독 프루트 챈)와 스페인 멕시코 등의 합작 영화 '루주리아의 처녀'(감독 아르투르 립슨테인)는 특별언급상을 공동수상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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