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속도를 줄여라"한나라당이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견제를 본격화했다. 한나라당은 8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이어 9일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제동하고 나섰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한동안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관망 자세를 보여 온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는 일련의 흐름이 대선 정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고 분명하게 판단한 때문이다.
이날 서청원(徐淸源) 대표 주재로 열린 당 남북관계 대책특위 및 통일외교통상위원 연석회의는 29일 개막되는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는 데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선수단이 한반도기 대신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쌀 40만톤, 비료 10만톤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를 감안해 지원량과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이 정권은 태극기보다 한반도기를, 수해 지원보다 대북 지원을 우위에 두고 있다"며 "북한에 보낼 쌀을 도정하느라 수재민들에 대한 쌀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설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서 대표는 "최근 군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 답방준비 예비조사를 위해 부산 아시안게임 현장에 자주 드나든다는 첩보가 있다"며 "답방을 합의한 지 2년이 지났는데 굳이 지금 답방한다면 대선을 위한 정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원도 "우리 당도 남북관계 진전을 환영하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내놓은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서의 답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당 지도부의 태도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 "방해할 일이냐"
민주당은 9일 한나라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당리당략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신북풍'으로 몰고 가려는 것에 대한 방어전략인 동시에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 된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에 불리하면 남북교류, 평화정착도 하지 말라는 식의 논법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답방의 성사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이는 당리당략이 아닌 국익 차원에서 봐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도 "김 위원장의 답방은 6·15 남북공동선언에 명기된 약속"이라며 "한나라당은 집권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나라의 평화나 민족장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일본도 총리 방북을 성공시키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우리의 야당이 남북관계 진전을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용범(李鎔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남북축구 정례화는 기대한다면서도 김 위원장 답방은 반대하고 있다"며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김 위원장 답방이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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