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백핸드 발리가 애거시의 코트에 꽂히자 샘프러스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2년여의 슬럼프를 씻고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샘프러스는 곧바로 관중석으로 달려가 임신한 아내인 여배우 브리지트 윌슨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감격해 했다.피트 샘프러스(31·미국)가 영원한 맞수인 앤드리 애거시(32)를 꺾고 6년만에 US오픈 정상에 복귀했다. 샘프러스는 9일(한국시간)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1,617만달러) 남자단식 결승서 애거시를 3-1(6-3 6-4 5-7 6-4)로 따돌리고 이 대회에서만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90만 달러. 이로써 샘프러스는 2000년 윔블던 이후 2년2개월 만에 첫 우승을 신고했고 자신이 갖고 있던 메이저대회 최다승기록(13승)도 경신했다. 또 70년 이후 US오픈 사상 가장 나이 많은 우승자가 됐다.
1990년대 세계 테니스를 양분했던 30대끼리의 결승대결은 2만3,000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이날 결승대결 직전까지 역대전적은 19승14패, 메이저대회 결승전적은 3승1패로 샘프러스가 우위였다.
특히 US오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샘프러스는 이날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최고 시속 212㎞의 강서브로 모두 33개의 서비스 에이스를 잡아내며 애거시를 압도했다. 애거시는 네트로 대시하는 샘프러스를 멋진 패싱샷으로 여러 차례 따돌렸지만 대포알처럼 꽂히는 샘프러스의 서비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샘프러스가 먼저 두 세트를 따내 승기를 잡았다. 한숨을 돌린 샘프러스는 그러나 3세트에서 애거시의 강력한 반격에 직면했다. 애거시는 힘이 빠진듯한 샘프러스를 정교한 스트로크와 리턴 샷으로 몰아붙여 7-5로 승리했다. 이어 4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4-3까지 리드, 판세를 뒤집을 듯 했다. 하지만 샘프러스에게 서비스 에이스를 허용, 동점이 된 뒤 내리 2게임을 내줘 무릎을 꿇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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