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합 당진필름공장 인수문제를 놓고 효성이 코오롱의 발목을 잡으며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이 다시 삐걱대고 있다.지난달 고합 당진공장 매각 입찰에서 코오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자 효성이 독과점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양사의 신경전이 자칫 그룹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에 앞장 서야할 양대 기업이 매각가격이 300억원대에 불과한 당진공장 인수문제를 놓고 도를 넘는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업계 전문가는 "남이 하는 것, 돈되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화섬업계의 고질병을 다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화섬업계는 1980년대 호황을 맞아 신규참여와 무분별한 설비증설에 나섰다가 90년대 중반이후 대불황에 빠져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국내 13개 업체간 제살깎기 경쟁으로 지금까지 내우외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생산량이 세계 3위인 폴리에스터 원사의 경우 3년째 손익분기점인 파운드당 70센트를 밑돌며 현재 55센트까지 떨어져 국내 기업들의 대량 적자요인이 되고 있다.
환란까지 겹친 업황 침체로 고합 동국무역 한일합섬 금강화섬 새한 등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또는 화의에 들어갔고 대하합섬은 청산됐다.
최근 2년간 구조조정의 가시적 성과가 없는 가운데 덤핑판매가 횡행하면서 후발업체들마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98년 워크아웃이 확정된 고합의 경우 엄청난 추가대출과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연명해오다 결국은 회사분할에 따른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매각되는 당진필름공장의 인수를 놓고 코오롱과 효성간에 큰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문제는 효성측의 제소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는 이달중 판가름날 예정이다. 그러나 효성측은 공정위 결정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 법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작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화섬 구조조정의 열쇠를 쥔 기업은 효성 코오롱 휴비스에 불과하다"며 "구조조정의 출발시점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효성은 세계 1위인 타이어코드와 세계 2위인 스판덱스 및 중공업 사업, 코오롱은 필름과 타이어코드 및 초극세사 부문이 간판산업이다.
그러나 타이어코드가 경쟁업체의 증설과 원화강세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최근 양사는 타이어코드 대신 필름을 신규 핵심사업으로 꼽아왔다. 그래서 고합 필름공장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코오롱은 수익력이 크게 떨어지고, 효성은 필름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할 판이다. 양사가 고합 필름공장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동원증권 송계선 연구원은 "필름은 세계시장에서 제조회사가 5개 정도로 정리돼, 국내업계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정리돼야 한다"며 "필름 외에는 효성이 코오롱보다는 수익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임정훈 연구원은 "이번 문제는 구조조정보다는 업계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갈등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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