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4형제의 막내로 저희만 서울에 사는 중년의 치과 의사입니다. 부모님은 지방에서 두 분만 따로 사셨는데 어머님께서 근래 이유없이 쇠약해지셔서 서울에 모셔와서 종합검사를 받으시게 했습니다. 희귀의 불치병으로 확진을 받아 한 달을 넘기시지 못할 것이랍니다. 제가 병실에 가면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퇴근길을 걱정하면서도 반기시는 모습을 뵈면 눈물이 앞섭니다. 남은 삶을 정리하실 수 있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셋째 형수님이 낮에 수발을 드는 조건으로 부모님 댁이나 그 쪽 병원으로 모셔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군요. 가족은 제 의견을 존중합니다.(서울 잠원동 강씨가)
A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머님이 평소 엄살이 심하시지 않았다면 알려드리는 방향으로 정하십시오. 그러나 처음부터 다 말씀 드리지 마시고, 3∼4일 간격으로 눈치를 보아가며 조금씩 알려드리십시오. 예컨대, "병이 좀 오래 간다고 해요"에서 시작해 "쉽게 낫는 병이 아니라고 해요"로, 다시 "천천히 나빠진다고 그러네요"라는 식입니다. 어머님이 불면증이나 기가 폭 꺾이는 모습을 보이시면 거기까지가 어머님이 감당하실 수 있는 정도이니, 그 이상은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러는 사이에 어머님은 스스로 사태를 파악하실 것이고, 어느 정도 마음준비를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막내인 선생보다는 아버님이나 큰 형이 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못 하시겠다 하시면 다른 가족이 서열 순으로 맡아야겠지요.
어머님을 계속 서울의 큰 병원에서 임종까지 모시는 길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의술에서 지방병원과 차이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세한 진료를 받은 병원에다 같은 의사들이니 어머님이 더 안심하실 터이고, 가족들도 최선을 다 해드렸으니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며느리인 부인께서는 병원 뒷일을 맡게 되어 은근히 반대할 지도 모르지요. 한 달이 넘지 않을 것이라니 막내 며느리도 이 기회에 한번 효도를 해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두고 두고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간병인을 두시라는 것입니다. 그 비용도 선생이 부담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선생부부는 마음이 좀 가벼워져 그 동안 떨어져 있어 차례가 오지않았던 어머님 사랑을 마지막으로 듬뿍 받으실 터이니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리광도 부리십시오. 형들은 다 이해할 것입니다.
조두영/서울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ooyoung@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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