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웨폰(원제 So Close)'은 '매트릭스'에 대한 세계 영화의 강박 관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 조작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인공적인 액션, 발레와도 같은 우아한 동작을 표현하면서 현란한 테크노 음악과 화려한 세트가 등장하는 것이 흡사한 인상을 준다.컴퓨터 업계의 거물 초우 형제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회사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컴퓨터가 다운되기 직전 '컴퓨터 엔젤'이라 불리는 린(수치)은 이 회사의 위기를 구해준다. 형인 루이 초우는 회장 자격으로 린을 회사에 초대하고 린은 철저한 보안을 뚫고 루이와 마주한다. 그러나 린은 갑자기 암살자로 돌변, 믿기지 않는 액션으로 그를 암살한다.
선글래스에서 아황산가스가 나오는 것과 같은 발상은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린의 액션은 그간 홍콩 영화가 보인 것과 상당히 질감이 다르다. 홍콩의 와이어 액션에 컴퓨터 그래픽을 더욱 강도 높게 가미, 하이힐 굽으로 천정에 홈을 파 고정한 채 총을 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버추얼 웨폰'은 언니 린과 동생 수(자오웨이)로 짜인 2인조 여성 암살자들의 복수극. 암살당한 아버지가 남긴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 '월드 파노라마'를 이용, 둘은 홍콩에서 가장 실력있는 암살자로 살아가고 있다. 암살 사건을 수사중인 여형사 홍(모원웨이)이 두 사람의 낌새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 둘은 큰 위험에 처하지만 형의 암살을 요청한 초우 형제 중 동생이 두 암살자와 여형사를 처치하려는 음모를 꾸미며 암살자와 형사는 묘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암살자 자매가 사는 집은 CF의 배경처럼 화려하고 암살자들은 날씬하고 멋지다. 세련된 플롯에 추격신 역시 박진감 넘친다. 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전격적으로 제작비를 전액 투자한 만큼 할리우드 영화 냄새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명품 흉내를 냈지만 결국은 엉성함을 드러내는 가짜 명품 같다. 첨단 시스템이라고 설정한 월드 파노라마의 작동 원리가 고작 인공위성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것 말고는 없고 액션의 미학을 추구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과장된 그래픽의 한계만이 드러난다.
홍콩 영화에 첫 진출한 '한류' 스타 송승헌의 연기도 불만스럽다. 송승헌은 암살자인 줄 모르고 린을 사랑하는 연인으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겉돌 뿐이다. 중국어 대사가 되지 않아 더빙을 한 것도 어색한 연기를 강조한다.
홍콩 액션 영화를 '킬링 타임'용이라 생각한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진다. 감독은 '예스 마담' '이연걸의 보디가드'를 만든 웬콰이. 20일 개봉. 15세.
/박은주기자 jupe@hk.co.kr
● "버추얼 웨폰"주연 수치
'버추얼 웨폰' 홍보를 위해 9일 내한한 홍콩의 섹시 스타 수치(舒淇·26). 대만 출신으로 '색정남녀'(1996) '유리의 성'(1998)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녀는 이 영화에서 차가우면서도 고혹적인 킬러로 나와 매력을 뽐낸다. 시원한 액션은 곡예에 가깝다. "영화 찍기 전에 액션 훈련을 받았고, 대역 없이 했다.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액션을 해야 예쁘게 나오는지 감독이 미리 다 파악해 자연스런 연기를 유도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들지만, "형사 홍(모원웨이·莫文尉)과 싸우는 액션 신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내가 이 정도로 액션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하지만 정작 운동은 싫어한다." 린과 실제 자신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면서, "영화 속의 킬러는 직접 죽이지는 않고 다리 부분만 쏴 반격만 못하게 한다. 나 같으면 더 냉혈하게 굴었을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키스 오브 드래곤' 등으로 유명한 감독이 불러준 것만도 영광이라는 그녀는 "웬콰이(元奎) 감독과 다시 찍을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단순히 액션만 나열된 영화가 아니라 로맨스와 자매 사이의 정이 애틋한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 연인 역으로 나오는 송승헌(얀 역)에 대해서는 로맨틱한 장면이 기대보다 적어서 조금은 실망이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촬영 전 세심하게 자신의 대사를 미리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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