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후 첫 서울시의회 임시회가 폐회한 9일 오후.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10여일에 걸친 본회의 기간에 많은 협조를 해줘 고맙다"며 시의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이어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파안대소를 거듭했고, 따르던 시청 국장급 간부들도 의원들과 서로 손을 맞잡고 "수고했다"며 풍성한 덕담들을 나누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개회 직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시장과 시청 간부들의 표정은 사뭇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계천 복원, 도로 일방통행화, 지하철 연장운행 등 이 시장이 쏟아낸 논란성 시정계획이 워낙 많았기 때문. 게다가 히딩크 감독과의 가족사진 촬영건 등 시장 개인의 처신도 도마 위에 오를만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면서 이 시장과 시청 간부들의 얼굴은 곧 환하게 펴졌다. "청계천 복원예산은 충분합니까?" "교통대책은 어떻습니까." "수돗물에 대한 견해를 말해 주십시오"….
뜻밖에 송곳 질의는 간데없이 은근한 협조성 발언들이 이어졌고 간간이 지역 민원성 질의들만 양념처럼 끼어 들었다. "미군들이 불안해서 청계고가는 안 다닌다니 청계천 복원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의 발언이 나왔을 때는 시청 간부들의 표정에 실소마저 흘렀다. 시장-의원간 간담회 수준의 회의 분위기 속에서 추경예산안 등 총 18개 안건이 원안 그대로 일사천리 통과됐다.
새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의원들 중 한나라당 비율은 85%. 이를 의식한 이성구(李聲九) 시의회의장은 취임사에서 "같은당 소속이라고 시장을 봐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언제나 시민 편에서 비판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시종 회의를 지켜 본 한 시청 간부는 이날 "분위기를 보니 앞으로 정책을 펴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며 한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염영남 사회부 기자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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