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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년… 증시변화 어떤 교훈줬나/내수·가치株 장기투자땐 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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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년… 증시변화 어떤 교훈줬나/내수·가치株 장기투자땐 빛본다

입력
200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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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을 우선할 것인가, 투자심리에 기댈 것인가." 지난해 미국 9·11테러 당시 460선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올 3월 930선까지 수직상승 하더니 지금은 700선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을 보면서 투자자들이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모두가 떠나는 폐허 같은 증시에 진주가 있다"며 9·11 성공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지만, "주가는 주가만 안다"며 함부로 바닥을 예견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으면 또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11 테러 이후 1년간의 증시 흐름을 보면 다양한 변수로 인해 갈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외부 변수로 일시 급락한 주가는 반드시 기업가치에 맞게 회복되고, 거품이 빠진 시장에서 '성장주'보다는 '내수·가치주'가 안전하며, 테마를 쫓아가는 단타보다는 우량 가치주의 '바이 앤 홀드(매수 후 장기보유)'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올랐던 한국 증시는 올 4월을 고비로 5개월째 내리막을 걸으며 상승폭의 절반을 까먹었지만 기업가치와 경제 펀더멘털, 그리고 세계시장의 흐름이 주가의 3요인이라는 원칙은 재확인됐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은 외부충격에 의해 영향을 받더라도 결국 펀더멘털로 회귀한다"며 "그동안 한·미증시의 차별화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기업실적과 가치에 연동된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 등 세계 증시가 동반 급등을 보였지만, 올들어 실적개선을 이어가지 못한 미국증시는 당시 보다 오히려 12.27%나 더 떨어진 반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한국증시는 31.11%의 상대적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팀장은 "9·11은 투자자들에게 경제 외적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며 "국내외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보기술(IT) 성장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가치주나 고배당주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인 웅진코웨이 금호전기 대구백화점 풀무원 롯데칠성 현대해상 등은 모두 탄탄한 내수기반을 가진 가치주들이다.

우리증권이 9·11테러 당시 급등락 종목의 장기 등락률과 실적을 조사한 결과 테마주들의 주가상승률은 제한적인 반면 단기충격으로 급락세를 보였던 우량 종목의 주가 탄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테러관련 테마주였던 석유(중악석유, 흥구석유), 보안(3R, 포스데이타) 방산(테크메이트, 해룡실리콘) 등은 테러 발생초기 급등했지만 올들어 평균 35.1%나 하락, 코스닥 하락률 19.5%를 웃돌았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1년이 지난 지금 중동에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증시는 그 동안 경기(국내외 경기회복논란)와 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대)라는 두 잣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너무 성급하게 승부를 내려 하거나,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하거나 낙관하지 말고 차분하게 기업과 실물경기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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