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 상장기업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타법인 출자'가 급증하면서 기업경영의 불투명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출자가 "여윳돈을 활용한 사업다각화, 또는 경영권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계열사 지분 인수 등으로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주주 권익을 무시하고 재무상태가 불량한 계열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도록 그룹 소속 우량 상장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주력사업과 관련 없는 부문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데 대해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일까지 타법인 출자회사는 115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했고 출자건수(165건)는 18.7% 늘었다. 출자금액도 6조2,737억원으로 88% 증가했으며 기업당 출자금액은 545억5,000만원으로 57% 늘었다. 신규출자는 금융·유통·음식료·종이목재·부동산 투자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출자금액은 KT민영화와 금융업 진출에 참여한 SK텔레콤이 2조26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건수로는 대림산업이 8건, LG전자 LG화학등 LG계열사가 5건, 두산중공업 3건 등이었다.
이 같은 타법인 출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롯데는 최근 러시아 백화점·호텔 사업에 롯데칠성과 롯데제과가 108억원씩 출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했고 하이트맥주도 한솔개발의 여주 골프장을 37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가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로 연결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공세로 홍역을 치렀다. 한솔제지는 목재류 제조 계열사인 한솔포렘의 지분을 고가에 추가매입했다가 주가폭락으로 곤혹을 치렀고 삼보컴퓨터도 최근 두루넷 지분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되자 주가가 급락했다.
현대투자신탁증권 박주식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은 지분 출자에 대해 여유자금을 활용한 투자활동이거나 사업다각화라고 주장하지만 주주 권익을 무시하는 일부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논의를 무색하게 만들고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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