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과 바리캉을 들고 다니며 어려운 노인의 머리를 다듬어 주는 '사랑의 가위손' 경찰이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교통지도계 천팔룡(千八龍·45) 반장은 지난해 홍제동 문화촌파출소와 북아현1동 파출소에 근무하면서부터 주변 독거노인에게 이발봉사를 해 왔다. 그 동안 그의 손길을 거쳐간 노인은 1,300여명. 11일부터는 독립문 소공원에서 500여명 노인의 머리를 깎아준다. 이번에는 신촌미용직업전문학교 출신 미용사 20여명도 함께 한다."3개월 이상 머리에 손도 안 댄 분들이 많아요. 기술이 서툴러 시간은 걸리지만 어머니, 아버지라 생각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지루한 줄 몰라요."천 반장은 지금도 매달 둘째 넷째 목요일에는 문화촌에서 마지막 화요일에는 북아현1동에서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준다.
경북 군위 태생으로 87년 상경해 경찰근무를 시작하다 6개월 만에 홀어머니를 잃었던 천 반장은 많은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경찰생활이 즐겁다. 연탄가스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 맹인 남편을 봉양하는 할머니 등 관내에 있는 10여명의 독거노인이 모두 그의 부모. 천 반장은 "요즘도 사망한지 며칠이 지나 발견되는 노인이 있고, 생활보호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행정의 틈새에 끼인 노인도 많다"며 "무료장례위원회라도 만들어 임종만이라도 예의를 갖춰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사진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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