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존대말과 반말이 있는 것 뿐 아니라 호칭이 무척 풍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언니(오빠)라고 하면 반말을 해도 되는지, 나이가 같아도 선배인 분은 언니인지 친구인지 등.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가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 경우에 교수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혹시나 해서 존대말을 쓰려고 한다. 물론 실수한 적도 많고 이미 기분이 상한 분도 계시지만.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상대방을 '씨'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다. 요즘 '님'도 많이 사용한다. 그냥 이름만 부르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것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내 차례가 되면 '안나'라고 부르고 다른 환자의 차례가 되면 '님'자를 붙여 불렀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나를 '안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함께 있는 한국인에겐 '씨'를 붙여주면서 나에겐 그냥 '안나'라고만 했다.
그런 경우에 상대방이 나를 친하게 생각해서 이름으로 부르는 건지, 내 이름 '안나'뒤에 '씨'를 붙이면 어색하게 들리는 건지, 나를 무시하는 건지,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런 경우가 한 두 번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양한 대답을 듣게 되었다. 많은 분들은 내 질문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미안해 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외국인이니까"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나에게 반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님에게 여쭤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과정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지도자 과정'이다. 존대법에 관한 수업시간에 교수님에게 외국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여쭤봤다. 교수님은 ○○○씨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이름만 부르는 것은 한국어 존대법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서로 다른 존대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된다. 그럼 상대방이 나에게 반말을 하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아직까지 대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없어졌으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나 파라돕스카/폴란드인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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