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퇴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9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개막한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총회에서 비디오 화면으로 방송된 개막 연설을 통해 "입법의원회(PLC)가 요구할 경우 권력을 이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의원들이 나를 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원 75명이 참석한 가운데 2년만에 열리는 이번 총회는 아라파트 수반의 정치 생명과 차세대 개혁 지도자들의 부상 여부를 결정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아라파트 수반의 이 같은 발언은 팔레스타인 안팎에서 그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총회 개막 전 일부 의원들은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 수반이 정신적 지도자로 물러나고 자치정부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할 총리직 신설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을 배제한 개혁 정부 구성을 요구해 왔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도 최근 그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날 아라파트 수반의 사퇴 발언이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아라파트 수반이 실제로 퇴임을 고려하고 있는 지 확실치 않다"며 "위기에 몰린 아라파트 수반이 반대 세력에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적 조롱'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NN 방송도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라말라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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