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외전화, 초고속인터넷(ADSL) 등 유선통신 시장에서 선발업체인 KT와 하나로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후발주자간에 사운을 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가격인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업체가 직원들에게 고객유치 목표를 강제로 할당하는 바람에 노사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하나로통신 등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요금을 인하하거나, 인하할 예정이다. KT는 가입자들이 월평균 통화료에 1,000∼5,000원을 추가한 정액요금을 내면 시내외 전화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10일부터 판매에 나선다. 또 내년부터는 3분 단위인 시내전화 요금체계를 10초 단위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하나로통신도 이날 '1595' 콜렉트콜(수신자부담 전화) 서비스를 출시하는 한편 9월중 파격적인 정액요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KT보다 앞서 월 5,300원만 내면 시내외 전화를 마음껏 사용하는 상품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선수를 빼앗긴 이상 보다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신윤식 사장이 유선시장 경쟁구도가 음성 전화에서 ADSL로 옮겨가고 있으므로, ADSL 가입자에 대해서는 음성서비스 요금은 상징적인 부분만 남기고 사실상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데이콤, 온세통신도 정액요금제의 도입과 함께 추가적인 요금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점유율 경쟁이 직원들에 대한 판매독려로 확대되면서 곳곳에서 노사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KT노조는 "노조의 시정요구에도 불구, 직원들에 대한 회사측의 상품판매 할당이 계속되고 있다"며 긴급 노사협의회를 요청했다. KT 일선 지점의 관계자도 "민영화 이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사에서 총 160개 상품의 판매목표를 지점과 개인별로 할당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선전화 통화량이 1996년이후 매년 평균 10.8%씩 감소하고, KT민영화와 하나로통신의 파워콤 인수 추진 등으로 통신시장 지각변동이 임박해지면서 업체마다 생존을 위한 판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업체에서도 강제 할당식 고객 유치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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