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남과 북이 다시 만난 상암벌은 가슴 벅찬 통일 축제의 장이었다. 스탠드에는 겨레의 하나됨을 염원하는 '남∼북통일'과 '통∼일조국' 함성이 메아리쳤고 그라운드엔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었다.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가 물결치는 등 6만4,000여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는 화합과 통일의 열기가 가득찼다.남북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02남북통일축구경기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펼쳐진 1990년 통일축구(1승1패)에 이어 또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남이 이겨도, 북이 이겨도 우리는 하나!'라는 격문이 말해 주듯 이날 경기는 승부를 초월한 듯 했지만 승부의 세계에 길들여진 선수들의 투지는 살아 숨쉬었다.
북한축구는 생각보다 강했다. 스피드와 강철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의 진면목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조직력을 과시했다. 발재간과 폭발적 스피드를 지닌 김영수와 왼쪽 날개 리경인은 위치를 바꿔가며 한국문전을 공략했다. 전반 4분 전영철의 오른발로 연결되는 스루패스로 간담을 서늘케 한 김영준은 30분 번개 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쏘았다. 한국 GK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지만 정확하고 오밀조밀한 패스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김주성 MBC해설위원은 "빠른 공수전환과 투지는 한국보다 나았고 패스타이밍도 좋았다"며 "다만 3·4백라인 뒤에 스위퍼를 두는 시스템은 현대축구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고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 수비 때 뒤에서 돌아들어가는 공격수를 묶지 못하는 약점도 드러냈다.
한국은 박항서 감독의 데뷔전인데다 아시안게임 전초전 성격이 짙은 이날 이동국과 김은중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번번이 리만철을 중심으로 한 수비벽에 걸렸다. 이영표가 후반 21분 수비 2명을 제치고 문전을 돌파하는 묘기를 부린데 이어 28분 김동진이 통렬한 30m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빗나가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넘어진 상대를 서로 일으켜 세워주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한 양팀 선수는 종료 후 대형 한반도기를 함께 맞들고 아리랑 합창에 맞춰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진한 형제애를 보여줬다.
/이종수·김정호·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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