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영화의 잇단 흥행실패로 벤처캐피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0년 하반기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에 9억원을 투자, 300%의 수익률을 올린 KTB네트워크는 이후 '단적비연수', '무사', '복수는 나의 것', '울랄라시스터즈' 등 총 11편(개봉작 기준)에 204억원을 투자했으나 이렇다 할 실적은 거두지 못했다. 특히 역대 최고의 제작비(80억원)로 화제를 모았던 '아유레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그간의 투자성과마저 날리는 처지가 됐다.
KTB네트워크 관계자는 "올들어 흥행성적이 저조해지면서 벤처열풍이 가라앉듯 영화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쉬리'의 성공을 이끌어낸 산은캐피탈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예스터데이'에 5억원을 투자했지만 쓴맛을 봤다. 무한기술투자도 '마리이야기', '정글쥬스', '결혼은 미친짓이다', '재밌는 영화', '취화선', '라이터를 켜라' 등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으나,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두세 편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작품성을 갖춘 영화를 고르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한편 공연, 애니메이션, 음반 등 비(非)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영화 한편에 대한 '전액투자'보다는 작품성 있는 여러 편에 조금씩 투자하고, '난타', '오페라의 유령' 등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연분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KTB네트워크도 최근 애니메이션 부문에 대한 투자를 시작, 현재 3D 애니메이션 '아레스' 등 2편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정녹용기자 1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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