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8일 밝힌 개정안은 완전 선거공영제에 가까운 제도를 도입, 기존의 돈 선거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점에서 7월28일 제시한 개혁안과 큰 차이가 없다.신문 방송의 후보자 광고와 후보 방송연설을 대폭 늘리고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토록 한 것이나, '선거방송 연설·토론위원회'가 각종 연설회 등을 주관토록 한 것은 미디어 중심의 선거 운동을 통해 후보자가 정책과 정견을 밝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선거비용 및 정치자금 회계관리를 엄격히 한 것도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신문·방송·영화상영관 광고에 상대 후보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의 경력과 사생활 등을 게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만 치중해 온 과거 선거 풍토를 정책 경쟁의 선거로 유도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매수 및 허위사실 공표 등을 위한 기부행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당선 무효토록 처벌을 강화한 것도 음성적인 금권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지난 7월 개혁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 기성 정치권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강정책 신문광고의 국가 부담 대상 및 공영방송사 무료 연설 대상을 국회 교섭단체로만 제한하거나, 대선후보 기탁금을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점 등은 '후보 난립 방지'라는 선관위 주장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동당이 이날 "선거공영제 적용대상을 원내교섭단체로만 한정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이 그 반증이다. 또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의 경우 시·도별 구분 없이 30만∼35만 명의 추천을 받도록 한 것도 차별화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 대상을 당초 연간 100만원에서 '연간 500만원 이상 또는 1회 100만원 이상'으로 축소 의원 후원금 모금 한도액을 현행(3억원)대로 유지 등도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개선 흐름에 역행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성 정치권은 이날 선거공영제 확대에 대해 모두 환영 논평을 냈다. 하지만 자신들의 손발을 묶는 일부 조항은 내심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 12월 대선부터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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