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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잊지 못할 일]80년초 정보산업국장 승진/정보산업육성 계획 첫 수립/전산망사업등 씨앗돼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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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잊지 못할 일]80년초 정보산업국장 승진/정보산업육성 계획 첫 수립/전산망사업등 씨앗돼 뿌듯

입력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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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2·12사태를 거친 후 국보위 시절이었다. 나는 과기처의 협력총괄과장이었는데, 사무실은 엄숙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과장급 이상 모든 간부는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죄지은 것은 없었지만, 두려운 심정으로 평생 처음 사표를 썼다.그리고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던 참이었다. 한 달이 지났을까. 사표는 다시 돌아오고, 뒤이어 정보산업국장으로 승진됐다는 발령장이 내려왔다. 그동안 승진이 안돼 불만에 쌓여있던 나는 사기충천해서 지금 생각해도 무섭도록 새로 주어진 업무에 매달렸다.

국장 발령 직후, 지금은 저자의 이름을 잊었지만, "정보화에로의 도정"이란 일본판 책을 읽었다.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성기수 시스템공학연구소장, 이용태 전자기술연구원장, 조정완 KAIST교수, 경상현 전자통신연구소장 등을 초청해 자문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 네 분의 도움을 받아 100여일간의 작업 끝에 한국 최초의 '정보산업육성 마스터 플랜'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것을 당시 오명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에게 보고했더니 관계부처 국장회의를 소집,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정부의 각 부처에 정보화를 위해 해야 할 과제와 방향이 제시된 것도 이 회의가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 정보화에 큰 영향을 미친 '5대 국가기간 전산망 사업'도 바로 이 마스터플랜에서 씨앗을 보게 된 것이다. 이어 1983년 청와대 기술진흥확대회의를 통해 "정보화 시대의 개막" 특별 보고를 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정부와 산업계에 정보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어느덧 20년. 그 동안 우리나라 정보산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반도체, CDMA 등 전략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역사는 바야흐로 오랜 산업경제시대를 훌쩍 뛰어 넘어 본격적인 정보경제시대가 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보화로 이행해 가는 역사적 전환점의 한가운데서 극히 미미하지만, 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신이 나에게 주신 은혜요 영광이었다.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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