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대선 전 답방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날 "모든 일에는 시기와 명분이 있는 법"이라며 "대선전 김정일 답방은 시기도 적절하지 않고 합당한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 관계가 한나라당의 '신북풍' 경계심을 자극한 결과이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한나라당은 그동안 김정일 답방을 활용하는 신북풍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지만 '예방' 차원에서 짚어 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심상찮다고 판단, 서둘러 답방반대를 공론화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한 측근은 "답방 반대가 남북 문제에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답방이 이뤄질 경우 대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의 기류는 현정권이 대선용으로 신북풍을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가, 경의선 완공식 참석 등의 가능성을 거론, "신북풍이 구체화하기 전에 쐐기를 박아 정략적 활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재의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극단적 불신감을 드러낸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병풍을 통한 '이회창 죽이기', '정몽준 신당' 출현 등 일련의 정국 흐름 속에서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다.
따라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성사 가능성을 줄이고 설사 성사되더라도 공격의 근거를 확보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게 공론화의 배경이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남북 문제가 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되며 우리가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무게를 실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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