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이 한 몸으로 참여하고 있는 태풍 '루사' 피해지역 응급복구작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공공시설과 도시지역의 도로, 주택 등은 비교적 빠르게 예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산간이나 고립지역에선 여전히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피해 농경지의 상당면적은 사실상 올해 수확을 포기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20만명이상이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되면서 끊긴 도로가 속속 개통되고 전기와 수돗물 공급도 95%이상 재개됐다.
그러나 8일 현재까지도 강릉 주문진읍 장덕리와 양양군 현북면 면옥치리 등 강원과 경북지역 30여곳이 여전히 고립돼 있다. 이곳 주민 6,000여명은 유일한 외부소통수단인 헬기를 통해 쌀과 라면 생수 등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북도재해대책본부 측은 늦어도 15일까지는 이들 고립지역에 임시나 우회도로를 개통하고 전기와 상수도시설도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현북면 면옥치리 주민 김모(67)씨는 "할멈과 둘이서만 집을 치우다보니 일이 끝이 없는데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잠자리도 불편해 하루하루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고 탄식했다.
▶기약없는 떠돌이 생활
주택 침수피해를 입은 이재민 대부분은 가재도구 등이 정리되면서 집으로 돌아갔으나 가옥이 아예 파손된 9,000여가구의 이재민 3만여명은 아직도 임시 대피소나 이웃집,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가옥 피해가 가장 큰 강원도는 수리가 불가능한 주택의 이재민들에게 추석 전까지 임시거처용으로 컨테이너 1,000개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으나 이날 현재까지 강릉시 강동면 등 4개 시·군에 142채만 설치됐다. 산간마을 등 일부지역에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할 장소마저 마땅치 않아 수재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번 태풍때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함양군 마천면 주민들은 "추가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아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다"며 행정당국에 집단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교통망 완전 개통도 아직 멀어
7일 동해고속도로 옥계-모전 구간(17㎞)이 복구돼 이번 태풍으로 끊겼던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는 완전 개통됐다. 국도도 120곳 가운데 5개 구간 6곳만 남겨두고 복구가 완료됐다.
그러나 철도의 복구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8일 통리∼심포리 구간이 복구돼 영동선은 도계까지 운행이 재개됐지만 경부·영동·정선선 3개 노선은 여전히 파행 운행되고 있다. 경부선은 김천-대신 구간(10㎞)이 상행선을 이용해 단선 운행 중이며, 영동선도 통리∼강릉 구간이 아직 복구공사 중이다. 철도청은 이달 말까지 이들 구간의 임시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안전진단까지 거치면 완전 정상화까지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선∼구절리에서 교각 3개가 파손된 정선선은 추석이후에나 복구작업이 가능해 8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완전 복구될 전망된다.
▶농민들 생계 막막
시설물들이 속속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데 반해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엄청난 낙과(落果)와 축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일손 부족으로 쓰러진 벼도 세우지 못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있는 실정이다.
침수된 논에서는 물이 빠진 후 늦어도 6일 안에는 벼를 세워야 조금이나마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데 강원지역 논의 3분의 1이 이미 이 시기를 넘겼다. 또 자갈밭으로 변한 강원이나 충북·경북 등 상당수의 산간지역 밭작물과 버섯 등 특수재배작물도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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