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민주당과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따로 추진하고 있는 신당의 앞날이다. 이와 함께 병풍 공방의 귀추와 지역주의, 남북 관계 등 다양한 변수도 대선 구도와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우선 민주당의 신당이 알맹이 없는 '리모델링' 또는 '신장개업' 수준에 머물러 재경선이 무산되거나 형식에 그치면 민주당은 분당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탈 세력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대선 역학 구도가 달라지고 노 후보는 '원내 제2당' 후보의 프리미엄을 잃을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이 10월말 창당 구상을 밝힌 독자 신당과 민주당 신당과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떠 오르고 있다. 독자 신당이 '원내 중심 정당'이라는 정강정책(안)의 기초가 될 교섭단체(20석)를 이루려면 민주당 반노파와 자민련 등 '반(反) 이회창(李會昌), 비 노무현(盧武鉉) 세력'과의 포괄적 연대가 불가피하다.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지만 이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 중도파는 물론 한나라당 비주류 일각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두 신당이 '통합'에 이를 경우 이번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정 의원의 독자 신당 추진 방침이나 '민주당 뿌리'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해 실현 가능
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다만 10월말께 민주당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율이 어떻게 나타
나느냐는 신당 통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지지가 어느 쪽으로든 크게 기울면 자연스럽게 통합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의 지지세는 이 과정에서 요동을 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노풍(盧風)에 크게 흔들렸고 현재 정풍(鄭風)에 흔들리면서도 지난 수개월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외생적 요인의 영향과는 무관한 독자적 지지율 제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실적 대안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력 부패 공세와 함께 노 후보나 정 의원의 개인적 약점을 파고 드는 네거티브 공세를 계속할 공산이 크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매달리고 있는 병풍 공방은 1997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 결론을 낼 경우 양당 중 한 쪽은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된다.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유권자의 판단을 혼란하게 만들어 판세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병풍 공세 자체를 희석하기 위한 '정치 공작론'을 유지하는 역공세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지역주의는 여전히 큰 잠재 변수로서 주목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대선 주자들은 공공연히 지역주의를 환기했다. 지역주의 논란은 그 자체가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해 병풍 공방과 길항 관계에 있다. 한나라당이 병풍 영향력을 상쇄할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권력형 비리 공세도 '반 DJ' 정서를 자극하려는 전략적 고려를 바닥에 깔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가 반DJ 및 반 이회창 세력의 결집과 대결 구도를 띠게 되리란 점도 눈길을 끈다.
보수·장년층 지지세가 강한 이 후보와 개혁·청년층에 강세인 민주당 노 후보의 지지 기반으로 보아 "보혁·세대 대결이 부각되면 지역주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줄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소수 의견에 머물고 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나 정상회담에 버금갈 남북교류의 급진전 등 북한 변수도 대선 주자들의 확연한 인식 차이로 보아 그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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