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 영화가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5월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데 이어 8일(현지시간) 폐막한 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감독상, 신인연기상 등 5개 부문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영화의 산실로 발돋움하게 됐다.중증 뇌성마비 장애인과 전과 3범의 사회 부적응자의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는'초록 물고기' '박하사탕'에이은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7일 오후(현지시간) 베니스 리도섬의 팔라갈릴레오에서 열린 공식 시사회에서 공개돼 "본선 경쟁작 21편 중 최고다" "사랑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영화"라는 격찬을 받으며수상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이창동 감독은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출신으로 국어교사, '소지'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 리얼리즘 소설가를 거쳐 영화 감독으로 변신했다. 감독은 "국내 관객에게 이해되지못한다면, 외국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지만 막상 수상을 하고 보니 더 많은 관객이 작품의 내심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박하사탕'에 이은 두번째 영화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문소리 역시 영화 시사 후 "뛰어난 리얼리즘 연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수상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오아시스'는 장애인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계도적인 접근보다는 섬세한 일상의 묘사와 다양한 인간의내면 심리를 탁월하게 그린데다 관객을 소외시키는 듯한 판타지 장치를 통해 예술 영화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각인 시켰다.
베니스 영화제는 우리 영화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는 1987년 강수연이 '씨받이'(감독 임권택)에 여우주연상을 주었고, 99년부터 '거짓말'(감독 장선우), '섬'(감독 김기덕), '수취인불명'(감독 김기덕)을 3년 연속 본선에 초청, 한국 예술 영화를 유럽의 평론가들에게 널리 알려왔다. 올해 역시 영화제 집행부는 작품 제출 마감 시간을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연장, '오아시스'의 출품을 기다려 주었고 결국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한해에 두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됨으로써 한국은 일본을 대체할만한 아시아의 작가주의 영화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오아시스'는 8월15일 개봉, 6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국내 흥행에도 쾌조를 보이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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