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라질 독립 기념일이다. 1822년 9월7일 식민지 브라질에 머물던 포르투갈 왕자 돔 페드루가 브라질 독립을 선언했다.아버지인 포르투갈 국왕 주앙6세가 귀국한 직후였다. 돔 페드루는 자신을 페드루 1세라 칭했다. 1500년 포르투갈인 카브랄이 유럽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브라질에서는 18세기 후반부터 상인과 지주들을 중심으로 독립 운동이 있었지만, 독립의 꿈이 이뤄진 것은 유럽의 전쟁 덕분이다. 나폴레옹1세에게 쫓겨나 대서양을 건넌 포르투갈 왕족들 가운데 일부가 그 곳에 새 나라를 세울 유혹을 느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한국인들에게 무엇보다도 축구의 나라다. 축구 강호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은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를 앞세워 우승했다. 로마자로 쓰면 호나우두는 Ronaldo이고 히바우두는 Rivaldo다. 예전 같으면 이 이름들의 한글 표기가 '로날도' '리발도'가됐을 텐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현지 발음에 가깝게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로 바뀌었다. 어느 포르투갈어 전공자가 조언을 한 듯하다. 포르투갈어에서 모음은 그 위치와 강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실현되고, 자음 r은 어두와 몇몇 자음 뒤에서 '?'에가까운 소리로 실현되며, 자음 l은 음절 끝에서 이른바 '어두운 l'로 변해 모음화한다.
그런데 이런 표기법의 개신(改新)이 꼭 바람직한지는 알수 없다. 현지 발음 중시 원칙이 너무 엄격히 적용되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국 영어에서도 l이 음절 끝에서 '어두운 l'이되므로 사람 이름 빌(Bill)을 '비으'로 표기해야 할까? 프랑스어에서도 r이 우리의 '?'보다는 '?'에 가깝게 실현되므로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을 '호맹 홀랑'으로 표기해야 할까?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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