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을 금리로 억눌러야 할까. 정부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조기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금리인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른 방안은 모두 실효성이 없어질 정도로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며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리 결정권을 쥔 한국은행은 부동산 값 안정을 위해 경제성장률을 희생(금리인상)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12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5대 경제연구소 거시경제 총괄책임자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9월 금리인상은 어렵다
미국 경제 등 거시환경이 불투명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에 손대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하반기 들어 수출도 예상보다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만 뛴다고 금리를 올리면 통화정책의 근간이 흐트러진다"며 "미시적인 대책으로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폭 금리인상도 수용 가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최소한인 0.25%포인트 정도라면 금리를 올려도 괜찮다"며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는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도 "부동산대책이 나왔으니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으나 조금 올려도 큰 문제는 없다"며 "현재 미국, 일본 등 세계 경제 변수가 워낙 커 경기에 대한 금리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통상 금리를 올리면 설비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실물경제가 소폭의 금리인상은 소화 가능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하반기 경기는
불안하지만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정한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생각보다 미국 경제 회복이 잘 안되고 있지만 4·4분기부터는 좋아질 거라는 분석도 많다"며 "미국이 연간 2%성장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철 실장은 "4월이후 고조됐던 불안감이 진정되는 기미"라며 "하반기 중대 변수인 선거와 이라크전도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센터장은 "하반기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며 "건설경기와 내수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미국 경기 불안으로 수출호조도 장담할 수 없지만 연말엔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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