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 보완 내용은 근로자 및 서민에 대한 세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안이 근로소득세율 경감 조치 없이 근로자우대저축을 폐지하는 등 근로자 세부담을 높였다는 비판이 집중되자 최소한의 '당근'을 제시하고 나선 것.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도 포함됐다.
▶근로소득세 얼마나 경감될까
정부는 근로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로 의료비, 교육비 등 특별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택했다. 세율 인하나 과세표준기간 조정 등 일반적인 조치는 미세한 조정 만으로도 세수(稅收)를 큰 폭으로 감소시키기 때문. 뒤집어 말하면 생색은 냈지만 실제 근로자나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3년간 소득세율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한 근소세 경감 규모는 매년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이번 특별 공제 확대 조치로 인한 경감액은 2,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별 공제 확대에 따른 세 부담 경감 효과는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등의 실제 지출액 및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의료비는 총급여액의 3%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공제한도가 500만원(현행 300만원)으로 늘어났고, 보험료 공제한도는 연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정됐다. 교육비는 유치원생의 경우 1인당 연 100만원에서 150만원, 초·중·고등학생은 연 150만원에서 200만원, 대학생은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공제한도가 각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소득이 동일한 경우 교육비 등의 지출이 많을수록, 지출액이 동일할 경우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이 늘어난다.
배우자와 유치원생 자녀 2명을 둔 연봉 3,600만원의 봉급 생활자의 경우 연간 의료비 지출액이 200만원, 보험료 100만원, 교육비가 36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현재는 공제액이 의료비 92만원, 보험료 70만원, 교육비 200만원 등 총 362만원으로 13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보험료 공제가 100만원, 교육비 공제가 300만원으로 늘어나고 의료비는 그대로 92만원이 유지돼 공제 총액이 492만원으로 늘고 세금은 107만원으로 17.7%(23만원) 줄어든다. 반면 똑같이 연봉 3,600만원을 받더라도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지출이 거의 없는 근로자라면 세금 경감 혜택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 어떻게 바뀌나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가 폐지됨으로써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부는 부부 합산 4,000만원에서 개인별 4,000만원으로 단순 조정했다. 대신 무분별하게 부부간 금융자산 명의 이전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부간 재산증여시 공제액을 현행 10년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대폭 줄어들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1997년 4만여명에 달했던 종합과세 대상자는 제도가 부활된 지난해에는 3만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 비과세, 저율과세 등으로 인해 종합과세를 회피할 수단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부합산 기준 폐지로 최소 10∼20%가 추가 이탈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이후 종합과세 대상자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액이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조정됨에 따라 고액 자산가들의 부부간 증여에는 세금 부담이 적잖게 늘어나게 됐다. 증여세는 공제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1억원 이내일 때 10%, 5억원까지는 20% 등 최고 50%까지 부여된다.
이에 따라 현재는 5억원을 배우자에게 증여할 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됐지만, 내년부터는 3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에 대해서는 10%,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서는 20%의 증여세가 매겨져 3,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 단체들이 부부간 재산 증여에 대해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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