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6일 국회 법사위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키로 한데 대해 "삼권 분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크게 불쾌감을 표시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이강국(李康國)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갖고 오석준(吳碩峻) 공보관을 통해 즉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헌재도 비슷한 분위기다. 헌재 박용상(朴容相) 사무처장은 사견임을 전제, "사법권 독립차원에서도 헌재 소장에 대한 증인채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법사위의 한 의원은 "지금까지 법원행정처장과 헌재사무처장이 기관보고를 하고 답변을 했으나 책임자가 아니다 보니 민감한 문제 때마다 '잘 모르겠다', 또는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며 "따라서 기관장이 직접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도 내심으로는 국회법과 국정감사법이 명백히 피감기관장이 출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일단 외국 사례 및 헌법이 명시한 3권분립 원칙의 저촉여부 등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작업을 벌이는 한편 국회쪽에 대한 설득에도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든 두 기관의 격앙된 분위기로 볼 때 법사위가 최종적으로 의결하더라도 실제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이 국감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헌법을 포함한 법해석도 법원의 권한이어서 국회가 주장하는 법 논리를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한 경우는 지금까지 딱 한번 있었으나 권위주의시절인 1970년대에나 있었던 일"이라면서 "미국 등 외국에서도 엄연한 3권분립 정신에 따라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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