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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고… 밤되면 벌써 춥고 "어디서 올겨울 나나"/수재민들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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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고… 밤되면 벌써 춥고 "어디서 올겨울 나나"/수재민들 이중고

입력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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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밤이면 추위가 뼛속에 스며드는데 언제쯤에나 따뜻한 거처가 마련될 지…."최근 며칠동안 성큼 떨어진 기온이 굶주림과 질병 등으로 지칠대로 지친 수재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태풍 '루사'의 피해지역은 대부분 기온강하가 심한 산간지역이어서 사실상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수재민들은 벌써부터 다가온 추위와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 등의 집계에 따르면 6일 현재까지도 10만명 이상의 수재민들이 학교 등의 임시대피소나 움막·천막 등에서 지내고 있고 훨씬 더 많은 수재민들이 폐허가 된 집터에서 비닐 등으로 간신히 바람만 막은 채 새우잠을 자는 생활을 견디고 있다. ★관련기사 3·7·22·23면

이런 와중에 강원 강릉지방에는 5일부터 또 비가 내리면서 밤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강릉시 장현동 이재민 권영주(66)씨는 "이젠 처마 밑에서 담요만 덮고는 추워서 잠을 이룰 수 없다"며 "가을, 겨울이 벌써부터 무섭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임시휴업을 해온 수해지역 학교들도 대부분 9일부터는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당장 잠자리를 내줘야 할 수재민들의 걱정은 태산 같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전파, 혹은 반파 가옥은 전국에 총 9,000여채. 당국은 12월 전에는 파손된 가옥 신축과 보수를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있을 곳이 없는 수재민들에게는 먼 얘기다. 더욱이 이 나마도 자재나 인력이 충분히 조달될 때 가능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겨울 전까지 얼마만큼이나 거처가 마련될지 불투명하다.

강원도는 당장 임시거처로 쓸 컨테이너 1,000동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수량도 크게 부족한데다 주문이 몰리면서 컨테이너 제작도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도로가 끊긴 고립지역은 컨테이너는 말할 것도 없고 집 신축이나 보수를 위한 자재와 장비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다. 경북 김천시 대덕면의 고립마을 주민 김모(63)씨는 "얼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회지의 아들집으로 가 겨울을 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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