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12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 축구는 스포츠 이상의 이벤트다.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및 도로 연결로 군사분계선(DMZ)의 벽을 넘으려 하고 있고, 북한은 20여일 후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보낸다. 그리고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역사적 성공으로 한국민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국민을 화합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우리는 지난 6월 박근혜 의원이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 남북 축구를 성사시켰을 때 그 의미를 평가한 바 있다. 경평(京平) 축구 부활로 이어져 남북 민간 교류의 새장을 열었으면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주요경기 때마다 수 백만의 거리응원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켰던 예측 못한 상황이 일어나기 전의 일이다. 그리고 당시 남북관계는 지금과 달리 정체상태에 있었다.
성사 때와 다른 상황에서 약속이 이행되고 있음을 눈여겨 보면서 새로운 차원의 주문을 하려 한다. 우선 지난달 30일 남북 주요현안의 상당 부분을 매듭지었던 제 7차 장관급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남북 축구가 남북관계의 순항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북한이 한일 월드컵의 주요장면을 이례적으로 녹화 방영하는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열린 자세로 축구를 대해 왔음을 주목한다.
북한은 '경제관리 개선조치' 라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하는 모험에 찬 경제실험을 시작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개방쪽에로의 방향 선회를 분명히 하고 있다. 차제에 남북 축구는 민족 화합에 기여함은 물론,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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