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생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과 정권 수립 이후 최대의 폭탄 테러로 아프가니스탄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남부 칸다하르를 방문하던 중 군복을 입은 한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암살 기도 직전에는 수도 카불 중심가에서 차량 폭탄 테러 2건이 발생,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부상했다.카르자이 대통령은 테러 직후 카불로 돌아가 "나는 안전하며 앞으로 반 이슬람적이고 비인간적인 테러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고 밝히고 예정대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 정국불안 해소를 위한 그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6월 공식 출범한 아프간 과도정부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암살 사건의 배후는?
카불 경찰 당국은 암살 기도의 유력한 용의자로 굴 아그하 세르자이 칸다하르 주지사의 경호대 소속 압두르 레오만을 지목하고 관련자 18명을 체포했다. 레오만은 과거 탈레반 정권의 거점이었던 남부 헬만주의 카야키 출신으로 3주 전 칸다하르 주정부 보안 요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N 방송 등 언론들은 "이번 암살 기도는 탈레반의 치밀한 작전으로 보인다. 9·11 테러 1주년을 앞두고 알 카에다가 건재를 과시하려고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알 카에다는 미군의 소탕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초 카불 외곽에서 아프간 보안군과 교전을 벌여 16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카르자이 정부를 끊임없이 공격해 왔다. 또 지난해 12월 투항한 뒤 도주한 모하마드 오마르 탈레반 최고 지도자가 정권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프간의 내정 불안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과도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카르자이 정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군 통솔권이 없는 카르자이는 군부의 반란을 우려해 하지 압둘 카디르 부통령이 암살당한 7월부터 개인 경호를 미군에 위임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으로 반 정부세력으로부터 뼈아픈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
정치기반이 취약해 카불 이외의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고질적인 종족 분쟁 및 지방 군벌들의 무장세력화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미군의 오폭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을 등에 업고 권좌에 올랐다는 태생적인 한계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카르자이에 대한 국민들의 적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략적으로 아프간의 안정이 필요한 상태에서 믿을 만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미국과 카르자이의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테러 직후 "아프간 내 미군을 증강하고 군 주둔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카르자이 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미군의 내정간섭이 확대할 경우 반미 이슬람 과격세력의 반발로 아프간의 정정 불안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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