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외에서/"옛거장들 광학도구로 그림" 호크니 이론 美서 큰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외에서/"옛거장들 광학도구로 그림" 호크니 이론 美서 큰 파장

입력
2002.09.07 00:00
0 0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 월간 잡지 중 하나인 '아트 인 아메리카' 7월호에는, 4월호에 실린 서평을 심하게 비판하는 독자의 편지 글이 실려 있다. 이 서평은 지난해 11월 출판된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전의 기술―잃어버렸던 옛 거장들의 기술의 재발견'에 대한 것이다.호크니의 이론이 이미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터라 책의 출간은 다시 한번 논쟁에 불을 붙였었다. 5㎝ 두께의 이 예술책이 출간 이래 줄곧 상위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호크니의 이론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19세기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소묘를 유심히 훑어보고 있던 호크니는 앵그르의 자신에 차고 깨끗한 선들이 미국의 20세기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베껴 그린' 드로잉과 흡사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이러한 순간적인 연상은 소묘의 대가 앵그르가 광학 도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는 가설에 이르게 했고 인류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온 카라바지오 벨라스케스 홀바인 베르미르 조차 카메라 옵스큐라나 카메라 루시다 같은 광학 도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는 엄청난 주장으로까지 발전했다.

미술사가의 영역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호크니 이론의 여파는 예상외로 컸다. 2000년 1월에는 뉴요커지가 그의 이론을 특집으로 다뤘고 영국 BBC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뉴욕대학에서 미술사학자, 미술관 큐레이터, 예술가, 과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호크니심포지엄까지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예상대로 미술사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문헌적 증거가 없는 황당한 주장은 논의의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 보수적인 학자들의 입장이었고, 어느 정도 호크니의 이론을 인정하는 학자들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호크니 이론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옛 거장들이 광학도구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론은 그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거장들의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는 동시에, 거장들의 비밀스런 작업과정을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거의 편집증적으로 거장들의 작업과정을 탐구한 호크니의 집요함이 한 몫을 했다. 이 집요함은 아름다운 도판과 함께 그의 책에서 결실을 맺는다. 작업과정이야 어떻든 거장들의 그림은 여전히 아름다운 채 신비로 남아있다.

박상미 재미 번역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