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를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경고문이 두개 있다. '쓰레기 투기 금지'와 '주차금지'가 그것이다. 아무 대책 없이 차가 늘어나다 보니 주차할 곳이 절대 부족하다. 서울시 승용차 대수는 이미 200만대를 넘어섰다. 5명에 1대꼴이다. 주차 문제로 이웃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고, 한밤중에 잘못 세워둔 차를 빼라는 다른 차의 경적 소리에 놀라 잠을 깨는 경우도 적지 않게 됐다. '주차 금지' 팻말로는 부족해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주차 금지 시설을 설치한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남이 보지 않는 틈을 타 몰래 던져놓고 달아난다. 그러니 경고문의 내용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정중한 표현이었으나, '양심도 없냐? 한 번은 반드시 걸린다.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 개갽갽' 등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쓰레기는 여전히 쌓이고 있다.
■ 마침내 서울시 노원구가 쓰레기 무단 투기와 전쟁을 선언했다. 상습 투기장소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신고 포상금을 올리며, 주택가 후미진 곳 등에 몰래 버린 쓰레기는 일정 기간 치우지 않기로 했다. 무인 카메라는 24시간 인터넷으로 작동한다. 또 신고 포상금은 현행 종량제 위반 과태료 10만원의 2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철저한 감시만이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 6월은 월드컵이 있어 행복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팀의 4강 진출만이 아니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수백만의 '붉은 악마'들이 보여준 행동은 우리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그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무엇보다 뒷처리가 훌륭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주위를 깨끗이 치웠다. 세계가 감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외국인 기자는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학생이거나 환경 미화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 수준높은 의식은 벌써 옛 이야기가 되었는가.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볼 때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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