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애(性愛)의 욕망에서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다른 동물들이 특정한 시기에만 성욕을 느낄 뿐 그 나머지 삶을 섹스와 무관하게 사는 데 비해 사람은 섹스에 대해 늘 '준비된 상태'다. 사람은 섹스 안에서 즐거움과 생식을 분리시키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동서양의 여러 종교나 세속 권력이 성(性)과 관련된 갖가지 규범을 만들어낸 것은 사람이 이렇게 '늘 준비된 상태'인 것과 관련이 있을 터이다. 그 규범들은 대체로 바람직한 섹스를 '생식을 위한 섹스'의 범주 안에 가두었다. '즐거움을 위한 섹스'는 극단적인 경우엔 금지되었고, 적어도 널리 장려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섹스의 즐거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원천인 것도 사실이다.사람의 성욕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10대 청소년에게 성애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대체로 중고등학생들인 이들은 제 몸의 사용을 결정할 판단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몸은 그런 금제를 드물지 않게 깬다. 그렇게 깨뜨려진 금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나이 어린 미혼모를 만들어냈을 때다. 요컨대 수태가 문제다. 그렇다면 막무가내로 성을 청소년들의 금제 영역에 놓아둘 것이 아니라, 수태를 피하도록 학교에서 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그 성교육은 당연히 피임법을 포함해야 할 것이고, 청소년들이 피임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오늘은 미국 산아제한 운동 지도자 마거릿 생어(1883∼1966.9.6)의 36주기다. "여성은 제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생명을 생성하거나 그 생성을 억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그녀의 지당한 주장에서 청소년이 배제돼야 할 이유는 없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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