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213원 소 40만4,500원 "어찌 다시 일어서라고…""차라리 안받고 말겠습니다. 꼬박꼬박 세금내고 나라에서 하라는 건 다했는데 정부가 해주는 게 뭡니까."
현실성 없는 정부의 재해복구지원비에 상처가 깊게 패인 수재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응급구호비 1인당 하루 2,481원, 장기구호비 1인당 2,294원. 자장면은 고사하고 겨우 라면 한 그릇 사먹을 수 있는 구호비에 수재민들은 말을 잃고 있다.
5일 정부의 재해복구 지원비 내용을 전해 들은 강릉시 옛월호평동의 최봉규(崔鳳圭·48)씨는 "집수리 견적만 2,000만원이 나왔는데 침수주택 지원비 60만원으로 뭘 하겠어요. 차라리 안받고 말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지난 5일 동안 컵라면만 먹었는데 이제 와서 자장면 한 그릇값도 안되는 구호비를 무슨 생계비라고 지급하느냐"고 성토했다.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등 재해대책관련법에 의한 재해복구 지원비(보상비)는 물가상승률 조차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재민에 대한 구호비는 보건복지부가 현재 결식아동에 지급하는 1인당 1끼(2,0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호비는 1999년 응급구호비 2,227원, 장기구호비 2,068원에서 3년간 각각 254원, 226원이 올랐을 뿐이다. 그나마 응급구호비(1개월 미만 이재민)는 매일 현장에서 지급되나 장기구호비(1개월 이상)는 피해복구가 끝난 뒤 지급된다.
또 가축 1마리당 닭 213원, 돼지 3만1,000원, 소 40만4,500원 등의 지원비는 시가의 10% 수준에 불과해 수재민의 재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의 지원비는 복구가 된 뒤에 지급되고 있어 수재민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해대책본부측은 "재해복구는 기본적으로 자기책임"이라며 "재해복구 지원비는 배상이나 보상비가 아닌 최저 생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한 지원비"라고 강변하고 나서 수재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수재민들은 그나마 특별재해지역 지정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지만 막상 지정이 되더라도 지원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특별재해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늘릴 경우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부분의 수재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인정해야 할 처지여서 만족할만한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강릉=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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