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4살인데 만화비디오 '블루즈클루즈(Blues Clues)'를 보여줘도 될까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지능개발공구 가베 활용법을 영어로 가르치는 곳은 없나요?" 정보가 중요한 건 '아이 기르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엄마들의 최대 고민인 '영어학습'에 있어서 정보의 중요성은 시중에 쏟아지는 교재와 학습법의 종류와 양에 비례한다. 광고만 보고 비싼 돈을 내고 사온 교재 세트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흔하기 때문에 '나침반' 역할을 해 줄 정보가 절실한 것이다. 영어교육 전문사이트 '쑥쑥'(www.suksuk.com)과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의 성공비결은 바로 엄마들이 원하는 정보를 엄마들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두 사이트 모두 처음에는 자신의 자녀교육 체험담을 실은 홈페이지로 시작했다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경우이다.
'쑥쑥'은 1999년 5월 두 아이의 엄마 서현주(33)씨가 자신의 영어교육 노하우를 정리한 홈페이지에서 출발한 사이트이다. 천리안 하이텔 등의 주부동호회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면서 사이버 주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홈페이지는 한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주부들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그의 사이트는 2000년 6월 여성종합포탈 '드림미즈'와 제휴해 '쑥쑥' 닷컴으로 확장, 공식 출발했다. '쑥쑥'의 회원은 현재 10만여명. 매일 1만여명이 접속할 정도로 고정 팬이 많다.
20∼30대 주부 사이에 스타로 떠오른 서현주씨는 태교영어, 유아영어교육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영어교육교재 '영어하면 기죽는 엄마를 위한 자신만만영어' '헬로 베이비 하이 맘'을 펴냈고 한 달에 1∼2회 정도 순회강연을 하는 등 영어교육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헬로 베이비 하이 맘'은 10만 권이 팔리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분당 대치동 등에서 시작된 강의요청이 경상도 전라도 등을 거쳐 이제 강원도에서까지 들어오고 있다. 유아영어열풍이 이제 전국에 번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영어실력이 상당한 그지만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아이는 영어때문에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영어 공부에 매달린 것. 체험에서 나온 생생한 정보와 토종엄마도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가 또래 엄마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그는 "엄마가 영어로 게임을 해 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비디오를 함께 보는 등 자연스런 영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교육에서도 주체는 엄마라는 것이다.
'쑥쑥'이 학령기 전의 유아영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은 초등생을 주 대상으로 하며 영어뿐 아니라 수학 과학 현장학습 등 종합적인 교육정보를 담고 있다.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을 만든 이신애(38)씨도 사이버 주부스타이다. '쑥쑥'의 서씨와 마찬가지로 1999년 11월 홈페이지로 시작했다. 이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 사이에서는 '잠수네'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소문난 사이트가 됐다. 2000년 8월 유료사이트로 전환, 현재 연회비가 10만원에 이르지만 회원수가 2,000∼3,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에게 권할 만한 좋은 영영사전이나 '어느 서점에서 어린이 교재를 50% 할인행사한다'는 등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정보를 족집게로 집어 제공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평가이다.
현재 부모대상의 교육정보사이트는 '쑥쑥'과 '잠수네'가 장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이트의 공통점은 엄마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보공유로 내용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정보는 나누는 것이다. 내가 하나를 알고 내놓지 않으면 하나만 알지만, 하나를 내 놓으면 100개를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두 사이트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게시판이다.
엄마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가감없이 올려놓는 게시판에는 한 엄마가 자신의 고민사항을 올려놓으면 금세 또다른 엄마가 조언을 달아 놓는다. 이밖에 '쑥쑥'에서는 교재 교구를 엄마들이 철저히 분석 평가하는 '리뷰단'과 자신만의 교육노하우, 교재활용법등을 소개하는 '콘텐츠공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잠수네'는 아이가 책 1만페이지를 읽으면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는 '책벌레'코너를 운영하는 등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사이트의 가치는 좋은 교재를 선택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엄마 입장에서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거나 지나치게 상술을 띤 것은 배제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신뢰도가 높다. 이 때문에 어린이영어교재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영어그림책이나 CD롬 비디오 등이 사이트에 소개돼 좋은 평가를 받으면 시장에서의 성공은 떼논 당상이다.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는 '쑥쑥' 사이트에서는 좋은 교재를 한정·판매하는 '공동구매'의 경우 30분만에 동나거나 접속 건수가 몰려 서버가 다운 될 정도이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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