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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사이먼 래틀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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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사이먼 래틀 시대 열렸다

입력
200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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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베를린필을 이끌게 된 새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47)이 7일 취임 후 첫 무대를 지휘한다. 래틀 시대의 공식 개막을 알리기 위해 베를린의 베를린필 전용홀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에서 그는 영국 신진 작곡가 토머스 아데의 '아실라'와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베를린필의 음악감독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로 불린다. 베를린필의 위상과 비중은 그만큼 높고 크다. 최고 중의 최고다. 래틀 자신의 말을 빌자면, 예컨대 첼로 파트 단원 중 누구도 지구상 모든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보다 뒤지지 않는다.

래틀은 영국 출신이다. 25세 때인 1980년 런던 외곽의 시골 악단인 버밍엄 심포니를 맡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고,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을 두루 지휘해온 그는 베를린필 단원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로 음악감독에 선출됐다. 전임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반세기 가까이 군림한 카라얀의 죽음 이후 그의 지휘봉을 물려받아 12년간 베를린필을 이끌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했다.

왕성한 탐구열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지휘자로서, 래틀은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베를린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 독일 전통의 보수적 색채가 짙은 베를린필 레퍼토리를 현대음악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바보다. 그러나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은 두 배로 어리석다"면서 '고음악부터 바로 어제 작곡된 음악까지' 연주하겠다고 했다.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베를린의 사회통합과 청소년 마약 문제를 끌어안는 두 가지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베를린의 각계각층 다인종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공연하고, 약물 중독의 위험을 다룬 영국 작곡가 터니지의 작품 '마룻바닥의 피'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내년 1월 선보일 '봄의 제전'은 동베를린 출신과 터키계 이민노동자의 자녀, 거리의 부랑아까지 포함된 청소년 집단이 안무, 조명, 의상, 연주에 참여할 예정이다. 마약 중독에 관한 영화는 청소년들이 직접 찍어 다음 달 연주회 무대에서 상영한다. 스스로 '미친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이런 작업은 "동서 분단시절의 후유증과 인종·계층간 갈등으로 인한 베를린의 사회 분열을 치료하고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음악은 사회를 바꾸는 도덕적 힘'이라고 강조한다.

21세기를 대표할 지휘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래틀을 1위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발표한 60장이 넘는 음반들은 한결같이 명연이다. 베를린필이 래틀의 지휘봉 아래 들려줄 음악과 가져올 변화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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