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작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대로 수인성 질환 등 각종 질병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재해 및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침수피해지역에 대한 의료진과 의약품의 충분한 공급과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어 수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3·30·31면강릉아산병원이 강릉시내 성덕초등학교에 설치, 운영하고 있는 긴급 진료실에는 전날에 이어 4일에도 피부병과 눈병, 그리고 배앓이를 호소하는 주민 수백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이 병원은 전날에도 대표적인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 예방백신 200개를 준비했지만 진료시작 4시간 만에 동이 나 미처 접종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강릉시보건소가 운영하는 옥천동사무소와 여성회관 등 15개 응급진료소에도 피부병과 호흡기계통의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침수지역의 복구가 더뎌질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보건지소에도 4일 오전에만 150여명의 환자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각지에서 파견된 의료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추가로 진료장소를 늘렸다. 최종범(30) 황간보건지소장은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약품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며 시급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나마 산간 오지인 매곡, 상촌면의 고립 주민들은 온갖 피부병 등에 시달리면서도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김동석(34) 매곡면보건지소장은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발진이 생기고 눈이 충혈되는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분뇨와 생활쓰레기 등으로 오염된 흙탕물 속에서 복구작업을 하면서 제 때 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도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 아폴로눈병 감염자가 이틀 만에 15배로 급증하는 등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김천시 재해대책본부는 나흘간 고립됐던 증산·부항면으로 도로가 이날 간신히 응급복구되면서 오후부터 의료지원반 7개팀을 풀가동, 지례와 아포 등 침수지역을 찾아다니며 수재민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곽영승기자yskwak@hk.co.kr 영동=한덕동기자ddhan@hk.co.kr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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