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글리 필드 입성을 환영합니다."홈팬들이 내건 현수막처럼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당당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최희섭은 4일(한국시간)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워스와의 홈경기서 9―1로 크게 앞선 7회초 프레드 맥그리프를 대신해 1루 수비를 맡아 한국인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실수 없이 수비를 마친 최희섭은 7회말 2사후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3번 새미 소사에 이어 4번타자로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섰다. 상대투수는 좌완 발레리오 델 로스 산토스. 최희섭은 볼 카운트 2―2 상황에서 5구째 빠른 직구를 헛 스윙해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비록 첫 경기에서 안타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1994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데뷔에 비견될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지금까지 배출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7명이 투수였던 것에 비해 최희섭은 야수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박찬호, 김병현, 노모 히데오 등 많은 동양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동양인 타자로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신조 쓰요시(샌프란시스코) 정도에 불과하다.
196㎝, 100㎏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최희섭은 특히 파워히터들의 자리인 1루수로 데뷔, 이치로 등 교타자들과 달리 대형타자로의 성장을 기대케 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희섭은 "내년에는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의 확실한 1루수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MLB 배번 19번 확정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배번은 19번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 스프링 캠프 때 사용했던 번호.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팀에서 정해준 것이다.
○…컵스 라커룸이 열리자 마자 20여명의 시카고 지역 신문과 방송기자들이 최희섭에게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최희섭은 약 30분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영어로 자신의 뜻을 표현했다.
○…미국 기자들의 관심 중 한가지는 최희섭의 병역 문제. 이는 몇 달전 한 지역 신문에서 "최희섭이 메이저리거가 되면 병역을 면제 받는다"는 오보를 했기 때문. 최희섭은 이에 대해 "지금은 야구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리글리 필드 라커룸을 사용하게 된 최희섭은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고 조금 흥분이 된다. 그러나 99년 처음 구경 왔을 때보다는 여유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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