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테러사건의 악몽이 재연되는 듯 세계증시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는 4.10% 폭락한 8308.05, 나스닥은 3.87% 떨어진 1,263.84로 마감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의 기준이 되는 S& P500 지수는 9.11테러 직후 재개장한 지난해 9월 17일(4.9%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인 4.15%(38.05포인트)나 떨어졌다.일본 닛케이지수는 3일 19년만에 최저치인 9,217.04로 주저앉은 데 이어, 4일에도 20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한때 9,000선이 붕괴됐다. 유럽과 대만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유동성 장세를 꿈꾸던 한국증시도 뉴욕발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큰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등 전세계 증시의 동반 약세가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면서 "현재 미국 주요 지수가 전저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20일 이동평균선(721포인트)이 버텨주지 못할 경우 전저점인 66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블딥' 논란 재연으로 동반 폭락
세계증시의 동반 폭락은 미국 주요기업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8월 제조업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데다 실업률 전망도 비관적이다. 9.11테러 1주년을 앞둔 추가 테러 가능성, 미국과 이라크간의 긴장 고조 등 경제외적 요인도 악재가 됐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다우지수는 거래량 감소와 함께 주요 기술적 지표들이 매도신호를 발생,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면서 "나스닥지수 역시 이중바닥 패턴이 사실상 무산돼 전저점인 1,192포인트를 다시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폭락은 경기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다우지수가 20%나 급등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전저점인 다우지수 7,700선과 나스닥지수 1,200선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증시의 단기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한 매도로 연결됐을 뿐, 새로운 악재가 나온 것은 아닌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전날의 급락세는 '서머랠리 이후의 조정국면'이라는 큰 틀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선 지지 여부가 관건
세계증시가 동반 폭락함에 따라 국내시장도 당분간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의 악재가 이미 알려진 것인 만큼 우리 증시가 동반 급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상승 모멘텀도 없어 지수 750선을 뚫고 올라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 박재훈 시황팀장은 "그동안 강한 지지대였던 20일 이동평균선이 하락압력을 이겨낼 지가 관건"이라며 "돌발악재가 가해져 20일선의 지지력이 무너진다면 하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도 "지지 기대감이 컸던 20일선을 하향 돌파한다면 700선의 지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세에선 당분간 시장의 흐름을 관망하면서 기관이나 외국인보다는 개인 선호종목과 내수관련 우량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국내증시 투자자금의 30% 이상이 외국계 자금인 만큼 미 증시와의 차별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당분간 관망하고 있다가 9월말 이후 미국 기업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되고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투자에 나서라"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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