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5일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방문으로 시작된 한반도 주변 4강 방문 외교가 이로써 매듭된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제1당 대통령 후보가 국제적 이미지 알리기를 마친 것은 앞으로 국내에서의 선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포석을 끝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이번 방중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난 것은 물론 중국 공산당 차세대 지도자들로 꼽히는 쩡칭훙(曾慶紅) 조직부장과 다이빙궈(戴秉國) 대외연락부장, 江 주석의 측근인 황쥐(黃菊) 상하이(上海) 시당 서기 등과도 얼굴을 익혔다.
중국 지도부와의 연쇄 면담에서 이 후보는 한중 우호 관계에 대한 의례적 언급을 빼고는 한반도 문제에 화제를 집중시켰다. 한반도, 특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번 방중을 자신의 대북 정책을 알릴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욕때문이다. 그는 대북 정책이 소극적,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평화 구축이 전제되면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전향적 자세를 강조했다. 특히 江 주석과의 면담에서는 남북한 주도, 긴장 완화와 교류 협력의 병행, 단계적 실천 등 지난달 21일 천명한 '이회창 평화 정책'의 3원칙을 일일이 설명해 江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만들었다.
물론 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발언이다. 정기국회와 사상 최악의 수해 등 '악조건'을 무릅쓰고 방중을 강행한 것부터가 '달라진 이회창'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江 주석과의 면담에서 탈북자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을 거론한 것도 답변을 기대하기보다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4일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은근한 만족감을 표했다. "5년 전 여당(신한국당) 대표 최초로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왔을 때 감개무량했는데 이번에는 야당 대통령 후보가 돼서 왔으니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낀다"며 "중국측이 한결 같은 태도로 예우했다"고 밝혔듯 개인적 감회도 적지 않은 듯했다. 이 후보는 국빈급 영빈관인 조어대에 머무는 등 최상급 예우를 받았다.
/베이징=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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