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경쾌한 뮤지컬로 만든 맛있는 영화이다. '맛있다'라는 것은 평론가들의 취향일 뿐 아니라, 조금 다른 영화를 바라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라는 뜻이다.8월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 주 4개 상영관까지 확보했으나 일주일 후 극장이 줄어들며 '동가숙 서가식'으로 이 극장에서 한 주, 저 극장에서 한 주 상영하고 있다. 이번 주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을 마치면 6일부터는 중앙극장으로 옮긴다. 말이 좋아 릴레이상영이지 영화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배급사의 눈물겨운 사투다. 당초 영화사는 20개관을 확보해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대했었다. 현재 관객은 2만 8,000여명.
우리 극장가에는 뚜렷한 징크스가 있다. 동성애 영화는 안 된다는 것. 특히나 남자 동성애자가 나오는 영화는 흥행의 '흥'자도 생각하지 말라. 동성애자의 커밍 아웃을 다룬 '버드 케이지', 흥겨운 드랙 퀸(여장 호모)의 노래가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프리실라', 60년대 영국 글램 록의 근원을 찾아간 '벨벳 골드마인', 호모 아빠의 양육권 투쟁을 그린 '넥스트 베스트 씽'까지. 마니아들의 열광을 비웃기라도 하듯 관객은 외면했다.
'헤드윅'의 개봉 전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홍익대 앞에서 있었던 헤드윅 파티에는 영화에 취한 관객들이 또 한번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록 연주에 취하면서 거의 인사불성의 상태를 오가는 감동을 느꼈다.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의 선전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무서운 것은 편견. 헤드윅은 관객에게 알릴 기회를 갖기 전에 이미 '안될 영화'로 낙인 찍혔던 것이다. 일단 여장 남자가 문화적 혐오감을 주고, 따뜻한 사랑얘기가 없고, 록과 같은 시끄러운 노래가 너무 많다는 것은 수 년, 혹은 수 십년의 노하우를 가진 극장 업자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물론 극장주 대부분은 영화 대신 포스터만 보고 "안 걸어"를 선언했다는 후문.
그로테스크한 헤드윅이 하리수 만큼 예뻤더라면, 헤드윅이 브래드 피트와 사귀다 톰 크루즈와 바람이 나는 내용이었다면. 극장주들은 그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무조건 걸어야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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